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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란 듯…백악관 초청 못받은 네타냐후, 시진핑 만나러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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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난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도록 초청 받았다”며 “이번 방중은 총리의 네 번째 중국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중국을 찾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미국 하원 초당파 의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대체할 수 없는 동맹”이라고 강조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미 행정부에는 한 달 전에 방중 계획을 미리 알렸다는 점도 공개했다.

앞서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26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스라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양국 관계자들의 사전 접촉이 최근 며칠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매체에 "중국은 최근 중동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중국에 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달 방중해 시진핑 주석을 만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네타냐후 총리.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달 방중해 시진핑 주석을 만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네타냐후 총리. A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이스라엘과는 '앙숙'이며 현재 미수교 상태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에 중국이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스라엘은 미국과 손잡고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이뤄냈다.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수단 등 아랍권 4개국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제 사우디와 관계 개선까지 이뤄 협약을 확장하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목표다.

이스라엘 언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2017년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났던 네타냐후 총리. 사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 언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2017년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났던 네타냐후 총리. 사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의 측면 지원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이 주도해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정작 바이든 정부에선 이들의 관계 정상화 확률을 50% 미만으로 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반면 중국은 물밑 협상 끝에 지난 3월 오랫동안 갈등해온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하는 등 중동에 대한 외교력을 보여줬다. 7년 만에 이뤄진 사우디-이란의 관계 복원은 중국의 쾌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무사드 빈 모하메드 알-아이반(왼쪽부터)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왕이 중국 국무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 베이징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무사드 빈 모하메드 알-아이반(왼쪽부터)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왕이 중국 국무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이런 상황 속에 이스라엘이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매체는 "이번 방중 계획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외에도) 다른 외교적인 기회가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함이다"라며 "중국과 손잡으려는 이스라엘의 행보는 바이든을 짜증나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지난해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6개월간 백악관 초청을 받지 못한 점을 부각하면서 "미국과 가까운 우방인 이스라엘 지도자로서 백악관 초청이 아직 없었던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네타냐후 정부의 요르단강 서안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도 네타냐후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등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정착촌을 짓고 유대인을 이주시키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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