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찌르니 푹 꺼져"...90% 썩은 ‘거제 거북선’ 폐기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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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0.1%도 안 되는 154만원에 낙찰, 헐값 논란이 일었던 경남 거제 ‘임진란 거북선 1호’가 결국 폐기된다. 낙찰자가 당초 약속한 26일까지 거북선을 인도하지 못하면서다.

낙찰자 이외 여러 사람이 거북선 1호를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목재가 시커멓게 썪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모두 포기했다.

지난 9일 경남 거제에 있는 '임진란 거북선 1호'의 선미(꼬리)가 완전히 파손돼 있다. 부서진 목재가 시커멓게 썩어 있다. 사진 거제시

지난 9일 경남 거제에 있는 '임진란 거북선 1호'의 선미(꼬리)가 완전히 파손돼 있다. 부서진 목재가 시커멓게 썩어 있다. 사진 거제시

거제시 “거북선 1호, 7월초쯤 철거”

거제시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오늘 중 낙찰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것”이라며 “다음 달 초쯤 거북선을 해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거북선 1호를 낙찰받은 A씨(60대)는 계약에 따라 이날까지 거북선을 가져가야 했다. A씨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서 거북선을 학습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필요한 기간은 최소 5개월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거제시에 "인도 시기를 늦춰달라" 요청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국립공원 자체가 보존 개념이어서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계획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개인이 허가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 안전 문제가 우려돼 기간을 연장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9일 경남 거제에 있는 '임진란 거북선 1호'의 선미(꼬리)가 완전히 파손돼 있다. 목재가 시커멓게 썩어 있다. 사진 거제시

지난 9일 경남 거제에 있는 '임진란 거북선 1호'의 선미(꼬리)가 완전히 파손돼 있다. 목재가 시커멓게 썩어 있다. 사진 거제시

완전히 부서진 선미…“목재 90% 이상 썩어”

거북선 1호는 망가진 상태다. 이번 달 초 거북선 1호 선미(꼬리) 부분이 추가로 파손됐다. 부서진 목재 내부는 시커멓게 썩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찌르면 스펀지처럼 ‘푸욱’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거제시가 중소조선연구원에 맡긴 용역 결과, 거북선 1호를 구성하는 목재의 90% 이상이 부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 내부가 썩어 비는 ‘공동화 현상’도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목재가 심하게 부식해 재활용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일정한 충격(운반이나 태풍 등)을 가하면 빨리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내가 가져가겠다’…리조트 사업자, 공원 주인 등등 나섰지만

거제시에 따르면 그간 낙찰자 A씨 이외에도, 거북선 1호 인수 의사를 밟힌 사람은 10명이 넘는다. 경남지역 한 리조트 사업자는 “리조트 앞에 조형물로 쓰겠다”고 연락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 장군 관련 공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낙동강으로 거북선을 옮겨 전시하겠다”라고도 했다. ‘세종에 사는데, 그냥 가져가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16억원을 들여 복원했지만 13년만에 폐기 절차를 밟는 거북선. 뉴스1

16억원을 들여 복원했지만 13년만에 폐기 절차를 밟는 거북선. 뉴스1

거제시 관계자는 “현재 거북선 상태를 설명하고 '현장에서 직접 거북선을 보시라'고 안내하니 연락이 없었다”며 “목재 부식이 너무 심해 재활용하려면 배를 다시 만드는 수준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거북선 1호는 2010년 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 하나인 ‘군선 원형복원사업’에 따라 추진, 2011년 완성됐다. 하지만 곧이어 ‘짝퉁’ 논란이 일었다. 국내산 소나무인 금강송을 쓰겠단 계약과 달리 임의로 수입산 목재를 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사기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거제시는 당초 이 거북선을 관광체험시설 등으로 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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