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림축구에 韓 영건 3명 줄부상...과거엔 울버린처럼 할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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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수가 정우영 양쪽 발목을 겨냥하는 살인태클을 하고 있다. 사진 TV조선 캡처

중국 선수가 정우영 양쪽 발목을 겨냥하는 살인태클을 하고 있다. 사진 TV조선 캡처

중국의 쿵푸를 방불케하는 ‘소림축구’와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 태클’에 한국 영건 3명이 줄부상으로 쓰러졌다.

한국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전반 19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중국 선수가 공격수 조영욱(24·김천)을 마치 ‘어깨빵’하듯 어깨로 밀어 넘어뜨렸다. 조영욱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했다. 뛰쳐나간 대표팀 관계자는 더 이상 뛸 수 없다며 양 손으로 ‘X’ 표시를 했다. 조영욱은 어깨를 부여잡고 걸어 나와 교체됐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중국 선수의 어깨에 부딪혀 쓰러진 조영욱. 사진 중계사 TV조선 캡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중국 선수의 어깨에 부딪혀 쓰러진 조영욱. 사진 중계사 TV조선 캡처

후반 10분 고영준(22·포항)이 페널티 박스를 파고 들다가 에워싼 중국 2명 선수에게 연달아 걸러 넘어졌으나 파울이 선언되지 않았다. 중국 선수 몸에 깔린 고영준은 오른쪽 무릎 쪽을 부여 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고영준은 부축을 받고 다리를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와야 했다.

이날 경기는 마치 종합격투기 UFC를 보는 듯했다. 전반 15분 중국 선수는 발바닥을 높게 들고 정우영(24·프라이부르크)의 양쪽 발목을 연달아 가격했다. 정우영은 2분 넘게 치료 받은 뒤 겨우 일어났다. 전반 28분 중국 선수가 고재현(24·대구)을 거친 태클로 쓰러뜨린 뒤 실실 쪼개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상대의 거친 반칙에 위축된 한국은 조직력을 제대로 시험해보지도 못했다. 전반 45분 중국의 순친한에게 실점한 뒤 동점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중국과의 1차 평가전에서는 엄원상(24·울산)이 2골을 몰아쳤지만, 후반 21분 중국 선수와 충돌해 오른쪽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정밀 진단 결과 오른쪽 발목 바깥쪽 인대와 안쪽 삼각 인대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나 결국 조기 귀국했다.

오는 9~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황선홍(55) U-24 대표팀 감독은 현지 적응 차원에서 이번 중국 원정 2연전을 잡았다. 황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90분 경기를 하고 싶은데 70분 정도밖에 못한 느낌이다. 현지 기후와 날씨, 시간 지연이나 거친 플레이 등 본선에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적응했다는 건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부상자가 많이 나온 게 안타깝다.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원정 평가전에 나선 한국 24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중국 원정 평가전에 나선 한국 24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지난 15일 중국을 3-1로 꺾었다. 그러나 19일 2차 평가전에서는 중국 해당 연령대를 상대로 11년 만에 2패째(12승3무)를 당했다.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엄원상과 조영욱, 고영준 등 공격 핵심선수 3명이 부상을 당했다. ‘결과도 실리도 못 챙겼다’,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모의고사 차원의 원정 경기였지만, 일부 팬들은 ‘왜 굳이 중국에 가서 2차례나 경기를 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아시안게임에선 A대표팀 이강인(22·마요르카)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상자가 속출한 데다 이런 전력으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공교롭게도 황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과의 평가전에 출전했다가 크게 다친 적이 있다. 골키퍼와 충돌해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회복을 기대하며 월드컵에 동행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중국프로축구에서 뛰던 시절 끔찍한 부상을 당한 뎀바 바. 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프로축구에서 뛰던 시절 끔찍한 부상을 당한 뎀바 바. 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은 ‘소림축구’와 ‘살인태클’로 악명 높다. 세네갈 공격수 뎀바 바는 중국 상하이 선화 소속이던 2016년 쑨샹에 걷어 차여 다리가 완전히 꺾였다. 왼쪽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당시 해외 언론들은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경악스러워했다. 프랑스 공격수 지브릴 시세는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정즈에게 끔찍한 태클을 당해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2019년 아시안컵 중국전에 뛴 황의조의 목에 상처가 나있다. 연합뉴스

2019년 아시안컵 중국전에 뛴 황의조의 목에 상처가 나있다. 연합뉴스

한국 A대표팀 공격수 황의조(서울)는 2019년 아시안컵 중국전에서 목에 피가 났고 세 줄로 기다란 손톱 자국이 생겼다. 마치 영화 엑스맨 캐릭터인 울버린이 날카로운 갈고리로 할퀸 것 같았다. 가해자는 중국선수로, 황의조를 막다가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입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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