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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의 97%가 취업하는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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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영희 도쿄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학생들 취업? 전혀 걱정 안 해요. 몇 군데씩 합격해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으니까요.”

얼마 전 일본 도쿄(東京)의 한 대학에서 일하는 한국인 교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있는 교수 친구들은 가장 큰 걱정이 학생들 취업이던데, 일본 대학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아주 편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올해 3월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97.3%였다. 계열별로는 문과가 97.1%, 이과가 98.1%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의 98%보다는 낮지만,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 3월 도쿄에서 2024년 대졸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일본 기업들의 합동설명회. [교도=연합뉴스]

지난 3월 도쿄에서 2024년 대졸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일본 기업들의 합동설명회. [교도=연합뉴스]

물론 일본 대졸자 취업률을 숫자 그대로 읽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대학 졸업예정자 중 취업을 원하는 이들(약 75%)만을 대상으로, 5000~6000명 단위의 표본을 조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취업 불가능자를 제외한 전체 졸업생 가운데 취업자 수를 전수 조사하는 한국의 대졸자 취업률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통계적 편차를 고려하더라도 일본의 대졸자 취업 시장이 좋은 상황인 건 분명해 보인다. 언론에는 직장을 찾으려는 젊은이들보다 인재를 끌어오려는 기업들이 훨씬 자주 등장한다.

대졸자 취업 시장이 좋아진 것은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여파라는 해석이 많다. 저출산으로 취업 시장에 나오는 젊은이들의 수가 줄어들어 회사를 떠나는 은퇴자의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 뻔하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해 놓으려 한다. 거기에 올해는 코로나19 종식으로 인해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신입사원 고용도 대폭 늘어났다.

한국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 2월 4년제 대학 졸업자(2020년 8월 졸업자 포함)의 취업률은 64.2%였다. 취업으로 고민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뉴스를 볼 때마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텐데’ 생각하게 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을 통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코로나19와 양국 관계 악화로 2019년 2469명에서 2021년엔 586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1154명으로 회복세라 한다. 요즘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 과연 우리 삶의 무엇이 나아지는가”를 묻는 이들이 많다. 일할 곳이 간절한 젊은이들의 일본 취업이 활성화한다면, 관계 개선의 당위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