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줄줄 샌 K뉴딜 보조금…"재택비 대리신청" 18억 빼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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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창업진흥원 보조금을 유용한 4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를 사기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5일 구속했다. 김정민 기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창업진흥원 보조금을 유용한 4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를 사기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5일 구속했다. 김정민 기자

‘K-뉴딜’ 비대면 활성화 사업의 보조금을 노리고 업체와 공공기관을 속여 보조금을 편취한 브로커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창업진흥원 보조금을 유용한 4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를 보조금관리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보조금 18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창업진흥원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한국판 뉴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비대면 서비스산업 육성 목적의 'K-비대면 바우처플랫폼' 사업을 진행했다. 기업들의 비대면 재택근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2020년엔 2880억원, 2021년 2160억원을 투입했다. 바우처 신청 기업이 재택근무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면 창업진흥원이 그 비용을 페이백해주는 구조였다. 당시 코로나19로 대면 근무가 어려워지자 2021년 12월 기준 10만1146개사가 해당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였다. A씨와 B씨는 수많은 참여기업으로 인해 관리·감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비대면 재택근무 근태관리 프로그램 공급업체로 등록하면서 K-뉴딜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사업자 등록증, 휴대폰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만 주면 재택근무 보조금을 대리 신청해주겠다”며 860여개 회사에 접근했다. 대신 정부의 재택근무 보조금의 10% 정도를 해당 기업에 주고, A씨 등이 나머지 보조금 200만~400만원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860여개 기업 대부분은 재택근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채택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보조금 수령을 위해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씨와 B씨는 공급업체 등록 당시 “재택근무 활성화 프로그램이 개발됐고 특허가 있다”고 했지만, 모두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그램도 미완성이었다. 보조금관리법 위반 외에 사기 혐의도 적용된 건 A씨 등이 860개 업체와 프로그램 공급업체로 등록하면서 창업진흥원 등을 속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코로나19 시기를 이용한 사기 범죄로 상당 액수의 보조금을 편취했다”며 “보조금 수령을 위해 명의 빌려준 회사가 이들의 범행 동기를 알고 빌려줬는지 등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A·B씨를 이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정 보조금 수령 정황을 파악해 지난해 7월 경찰 수사를 의뢰한 창업진흥원은 수사 결과에 따라 보조금 환수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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