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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괴담’에 천일염 대란…값 두달새 3배 뛰고 품절사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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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07면

서울 마포구의 한 유통매장은 천일염이 품절되자 재입고 일정 안내를 하고 있다. 신수민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유통매장은 천일염이 품절되자 재입고 일정 안내를 하고 있다. 신수민 기자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 4만6200㎡(약 1만4000평) 면적의 염전에서 작업자 두 명이 천일염을 모으고 있었다. 염전 관리부장인 김광호(63)씨는 “최근 소금값이 뛰고 주문량도 크게 늘었다”며 “우리 염전은 육지에 큰 창고가 있어 덜하지만 벌써 창고가 빈 염전이 많다”고 말했다. 신안에서는 전국 천일염의 80%인 연간 20만톤의 소금이 생산된다.

천일염 가격이 치솟고 있다. 16일 신안군 등에 따르면 이날 천일염 20㎏ 한 포대는 3만2000원. 지난 4월 1만2000원대에서 이달 초 1만9000원까지 오른 데 이어 값이 뛰고 있다. 올해 비가 자주 온데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주문이 쇄도해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염전 직원인 정민철(62·신안군)씨는 “올해 소금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대량 주문이 쏟아지자 값이 뛴 것”이라며 “일부 염전들이 추가로 값이 뛸 것에 대비해 출하량을 줄인 것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일염 주문 폭주는 오염수 방류로 방사능에 노출된 소금을 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 원인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에도 한 차례 나타났었다. 마하탑염전 대표인 유억근(70) 회장은 “그때는 아직 마르지 않아 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의 천일염도 포대당 2만원씩 주고 사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2011년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일부 식당 업주는 물론이고 가정주부들까지 신안을 찾아가 천일염을 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부 최모(45·나주시)씨는 “이웃들로부터 ‘평생 먹을 소금을 사놔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들었다”며 “염전을 찾아가 천일염 20㎏짜리 3~4포대씩을 사 왔다”고 말했다.

천일염 생산 현장만이 아니다. 16일 둘러본 곳곳의 대형마트에서도 소금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5일 들여온 소금 200㎏이 하루 새 모두 나갔다”고 했다. 소금이 동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열흘 뒤인 26일에나 소금을 들여온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72)씨는 “전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미 후쿠시마 이슈 터졌을 때부터 소금을 많이 사놨는데, 더 사놔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에서도 소금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 1주일 전 1㎏당 3000원이었는데, 현재는 4000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온라인 판매도 대부분 품절 상태다. 한 대형마트 직원 남모(54)씨는 “소금도 소금이지만 어제만 해도 가득 차 있던 미역과 다시마가 오늘(16일) 갑자기 품절됐다”며 “여기 근무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촉발한 천일염 주문 쇄도가 일반 굵은 소금, 미역·다시마 등 건어물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금 대란’에 염전 관계자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등은 지난 15일 “신안 천일염은 품귀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주문 폭주와 물류사 사정 등이 겹쳤을 뿐 소금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현장 확인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송 차관은 “개인 직거래 물량이 지난달보다 2배~5배까지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의 7∼8%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는 “국내산 천일염은 안전하다”고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는데,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금 대란은 크게 두 가지에서 논란이다. 첫 번째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는 화학적으로 물과 똑같은데, 염전에서 물과 함께 증발하기 때문에 소금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2011년의 천일염 사재기 논란 당시에는 향후 방류 예정인 오염수보다 최대 3만배 진한 오염수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는 과학적 근거 없이 소금을 집중 매입하는 행태에 관한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의 소금 대란은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로,  옆사람이 사면 불안감 혹은 무의식에 너도나도 따라 사게 된 것”이라며 “당국에서는 방사능 물질 수치를 세밀하게 알리고 소금 재고량을 넉넉히 확보하는 등 소비자를 보호하고 안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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