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전에서 새로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한 클린스만 감독. 뉴스1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도 많은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과 경험 많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였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페루전 성과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클린스만호는 16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 페루는 21위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페루와 통산 세 차례 만나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2패(1971년 0-4 패, 2013년 0-0 무·2023년 0-1 패)의 열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사령탑 데뷔승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지난 2월 한국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서 1무1패에 머물렀다. 첫 상대였던 콜롬비아와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와의 두 번째 경기에선 1-2로 졌다. 한국은 20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6월 A매치 2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플랜A를 가동하지 못했다. 주장이자 간판 골잡이인 손흥민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손흥민은 이날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여기에 주전 센터백 김민재(나폴리)는 군사훈련으로, 김영권(울산)은 부상으로 빠졌다.

손흥민 공백을 메우고 한국의 공격을 이끈 이강인. 연합뉴스
클린스만호는 경기 초반 페루의 강한 압박에 당황했고, 벤투호를 거치며 치밀하게 완성했던 '빌드업 축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초반 20~25분까지 고전했다. 페루가 후방에서부터 빌드업하고 미드필더에게까지 볼이 연결되면서 중원에서 일대일 싸움에 고전했다"라며 "그래도 선수들이 페이스를 찾아가면서 후반에는 우리가 주도했다. 골 기회 많았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결국 패했다"라고 평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비록 패했지만 새롭게 소집한 선수들의 '가능성'을 본 것에 대해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물론 경기는 이기고 싶다. 패배의 쓴맛을 봤을 때 잘 이겨내야 한다. 손흥민과 김민재 등이 빠졌을 때 팀을 꾸려나가는 방향을 잡는 것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손흥민 대신 한국 공격을 이끈 이강인에게도 클린스만 감독은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은 이제 남미에서도 유명한 선수가 됐다. 경기 초반부터 공을 잡으면 2∼3명이 붙어서 협력 수비를 했다"며 "이강인의 경기를 보는 건 항상 즐겁다. 기대하게 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성장할 시기다. 언제 드리블을 해야 할지 언제 원터치로 공을 돌려놓고 패스를 받을 위치를 찾을지 등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며 "좋은 선수지만 혼자서는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인종차별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박용우(오른쪽 둘째). 연합뉴스
최근 SNS에서 인종차별적인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박용우와 정승현(이상 울산)이 축구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다. 중앙 수비수 정승현은 선발로 출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는 후반 25분 원두재(김천)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교체 투입됐다. 이들의 소속팀 울산과 홍명보 감독이 사과했고, 프로축구연맹 역시 지난 14일 울산으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22일에는 이들을 상벌위원회에 출석시키기로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원두재가 갑자기 다쳐 부상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는데, 원두재를 대신할 선수는 박용우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소집 전부터 박용우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며 "소집 이후 보여준 태도를 긍정적으로 지켜봤고, 훈련 기간에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소화했다"고 박용우를 감쌌다. 클린스만 감독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어린 선수는 더 그렇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위 도움이 필요하고, 그를 통해 선수가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인간으로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 역시 감독의 역할"이라고 이날 정승현, 박용우를 국가대표 친선 경기에 내보낸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