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포퓰리즘 그만두고 재논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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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당정협의회.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당정협의회. [연합뉴스]

‘총선 겨냥’ 월소득 인정액 1024만원까지 무이자 혜택

‘입법 강행대통령 거부권’ 악순환 막으려면 협치 필요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여당과 정부가 제안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재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13일 당정은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대상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로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이 차린 청년 정책에 숟가락 한번 얹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지 의문”이라며 “민생 입법 노력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악의적 태도를 견지하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법안은 대학 졸업 후 취직 전까지, 취업 뒤에도 실직과 육아휴직 등 소득이 없으면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게 골자다. 그러나 민주당 원안대로 하면 중위소득의 200%(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인정액 1024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재원 낭비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금도 학자금 대출 이자(1.7%)는 낮다. 저금리 대출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연간 1825억원을 투입한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통과되면 매년 865억원을 추가로 보전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은 현재도 이자가 면제되는데, 그 대상을 꼭 늘려야 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고졸 취업 청년 입장에선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30%가량의 청년들은 대학에 가지 않으며, 이 중엔 경제적 사정 등으로 진학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아울러 돈 빌릴 필요 없는 학생들까지 ‘공짜 대출’의 유혹에 모럴 해저드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학자금 이자 감면, 일방 처리해서라도 꼭 관철하겠다”(4월 22일)고 밝힐 만큼 입법 의지가 강하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원안대로면 여야 합의가 불가능하다. 간호법처럼 계류기간 60일을 넘겨 직회부 방식으로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민주당이 고집부리는 이유는 뭘까. 정작 문재인 정부 여당 시절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보류했던 법안인데 말이다. 국회 안팎에선 ‘김남국 코인 사건’과 돈봉투 파문으로 돌아선 청년층을 달래고, 재정 부담만 현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 거부권을 계속 유인해 정권을 흔들겠다는 정략도 엿보인다.

당정의 중재안대로라면 재원 낭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학생들만 대출받도록 해 모럴 해저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모처럼 마련된 여야의 협치 기회가 무산돼선 안 된다. 제1의 의석수를 가진 다수 정당답게 법안을 밀어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합리적 대화와 토론으로 협치의 길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