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두고 여행갈 때 쓸까?…905.23원 밀려난 엔화의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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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환전소에서 여행객이 환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환전소에서 여행객이 환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엔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엔화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향후 엔화 가치가 오를 때 환차익을 기대하며 은행에 엔화 예금을 개설하는 방식이 대표적인데, 이런 ‘엔테크(엔화+재테크)’는 앞으로 엔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변수다.

14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최근 엔화 예금 잔액을 종합해 보면 지난달 말 엔화 예금은 총 7260억 엔으로 전달(5978억)보다 1282억 엔이나 늘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7309억 엔에서 올해 1월 7603억 엔으로 늘었다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른 통화보다 엔화 예금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사두자’ 늘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지난달 엔화 예금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원화 대비 엔화값이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원화 가치는 912.46원(하나은행 고시)을 기록했다. 이날 100엔당 원화 가치는 한때 905.23원으로 상승(환율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7일에는 100엔이 1000.26원에 거래됐던 엔화 가치가 약 한 달 반 만에 900원대 초반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100엔당 원화 가치가 91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7월 이후 7년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일본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고수해오면서, 엔화는 다른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폭의 가치 하락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국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고, 한국과 주요국도 금리를 인상한 것과 달리 일본은 좀처럼 금리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금은 금리가 높은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일본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본도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엔화 가치 반등을 기대하는 근거다.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엔화가 저렴할 때 사두고, 나중에 여행 갈 때 쓰자’는 심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일본을 오간 여행객 수는 1월 133만3279명에서 5월 148만5911명으로 계속 증가세다.

엔화 전망은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중장기적으로 엔화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투자에 뛰어들 수 있지만, 갑작스런 반등은 어렵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일본은행(BOJ)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 엔화 가치가 일부 반등할 수도 있지만,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강한 선회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OJ는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화예금을 통한 엔화 투자를 한다면 각 은행의 환전·인출 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환차익보다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전할 때 은행별로 환율 우대를 얼마나 해주는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투자한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발생한 환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은 외화예금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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