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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면된 서울대 조국 교수, 정치가 아닌 반성의 시간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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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4월 조국 전 장관이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책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조국 전 장관이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책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징역 2년 선고 후 징계절차 돌입, 파면 결정

10일 SNS에선 “‘길 없는 길’ 걷겠다” 총선 겨냥 뉘앙스

서울대가 어제 조국(전 법무부 장관) 교수에 대한 파면을 의결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 3년6개월 만이다. 지난 2월 1심 판결 때까지 징계절차를 미뤄 온 서울대는 4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2019년 대한민국을 두 동강 냈던 ‘조국 사태’가 사필귀정을 맞이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들·딸 입시비리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밝혀졌다. 쟁점이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위조문서로 판명났고, 강사 휴게실에 있던 PC의 증거 능력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도 유죄를 받았다. 딸이 받은 부산대 장학금 600만원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결론났다. 그동안 ‘사소한 도덕적 잘못’이라고 강변하던 조 전 장관과 그를 추종하던 이들의 억지는 법정에서 모두 무너졌다.

그러나 국민에게 분열과 고통을 안겨준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공정이 공정으로, 거짓이 진실로 둔갑했던 대혼란이 재연될 모양새다. 엊그제 조 전 장관은 마치 자신의 파면을 의식한 듯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진을 올리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이 사진과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이 사진과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여전히 그는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 그는 “2019년 8월 검찰개혁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진보 이념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을 통렬히 반성해야 옳다. 온갖 특권과 반칙으로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 뒤에도 ‘내로남불’로 ‘정신승리’ 운운하는 몰염치부터 걷어내야 그가 말한 ‘무간지옥의 시련’을 끝낼 수 있다.

교수직 파면으로 일단락됐지만 2·3심까지 지리한 법정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조국 사태’의 진실을 알리는 수많은 팩트의 조각들이 모자이크처럼 온 국민의 의식 속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 1년도 남지 않은 총선까지 조국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 전 장관 자신과 가족은 물론 국민까지 구원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 현명한 답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