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서 ‘팝업’ 성지로…성수동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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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주말 이른바 ‘팝업 특구’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40여개의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가 열렸다. 명품 시계 브랜드의 전시장. 유지연 기자, [사진 각 업체]

지난 주말 이른바 ‘팝업 특구’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40여개의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가 열렸다. 명품 시계 브랜드의 전시장. 유지연 기자, [사진 각 업체]

제주를 테마로 하는 컬럼비아부터 문방구 콘셉트로 굿즈를 선보인 누누씨, 데뷔 15주년을 맞는 아이돌그룹(샤이니)까지-.

지난 주말(9~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이다. 규모가 작은 팝업까지 세어보니 43개였다. 서울숲 근처에서는 샤이니의 팝업 스토어에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조금 더 지나니 붉은색 간판이 인상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의 팝업이 열리고 있다. ‘팝업 핫플’로 꼽히는 연무장길에선 세 집 건너 한 집이 팝업이다.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유지연 기자, [사진 각 업체]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유지연 기자, [사진 각 업체]

팝업 전성시대다. 팝업은 짧게는 3일, 길게는 한두 달 열어 이목을 끌고, 기업(브랜드)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던지고 사라지는 임시 매장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유니클로·시리즈·구호 등의 패션 브랜드가 먼저 시작한 ‘신문물’이었다. 이후 10여 년, 팝업은 이제 패션을 넘어 식음료·일상용품·기업 홍보까지 활용되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됐다.

흥행을 뒷받침한 것은 소셜미디어와 젊은 세대다. 어딘가 방문해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에 올릴 콘텐트가 필요한 20·30대가 단골손님이다. 이노션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키워드 언급량은 2021~2022년 사이 115만801건에 달했다. 2011년 9801건에서 117배 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팝업스토어 해시태그(#) 게시물이 44만개 올라와 있다. ‘플레이스 아카이브’ ‘헤이팝’ 등 매번 바뀌는 팝업 스케줄을 알려주는 팝업 알리미 계정도 등장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전시 공간부터 게임·포토부스 등 체험형 공간, 카페·식당형까지 형태도 다양해졌다. TV의 30초 광고가 대중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작업이라면, 팝업은 길게는 한 시간씩 머물면서 브랜드의 A부터 Z까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4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가나 초콜릿 하우스’ 팝업은 한 달 운영 기간 2만여 명이 방문했고, 평균 체류 시간이 90분을 넘었다.

대형 팝업은 ‘옥외광고’ 역할도 한다. 지난해 성수동에 들어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성수동에 오면 꼭 들러야 할 ‘핫플레이스’가 됐다. 실제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보다, 밖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더 많다. 업계에서는 수십억원의 예산으로 수천억원대 광고 효과를 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유통 업체는 이런 팝업의 집객 효과를 활용해 인근 매장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250여 회의 팝업을 열었다.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보다는 주로 슬램덩크(만화), 데못죽(웹툰), 유튜버 다나카, 가수 영탁 등 캐릭터(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팝업으로 대중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장은 “젊은 신규 고객이 주로 오고, 팝업 인근 매장의 매출이 일반 백화점 대비 최대 7배까지 늘어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작가의 굿즈(기념품)를 판매하는 문구점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유지연 기자, [사진 각 업체]

일러스트 작가의 굿즈(기념품)를 판매하는 문구점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유지연 기자, [사진 각 업체]

성수동 일대 상가의 하루 대관 비용은 33㎡(약 10평)당 100만~150만원을 호가한다. 장소마다 조건이 달라서 특정하긴 어렵지만, 보통 일주일간 99~165㎡(약 50평)의 공간을 빌린다고 하면 3000만~5000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성수동 소재의 바른부동산 관계자는 “팝업 스토어 성수기인 여름이라 수요가 많아 현재는 예약이 꽉 찼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어 있는 상가를 찾기 어려워 하루 대관에 1000만원을 주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팝업 수요가 늘면서 거리의 건물주도 임대보다는 팝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아예 임대차 아닌 팝업으로만 건물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월세 대비 수익이 높고,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제약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임대·대관의 현수막을 붙인 채 비어있는 건물이 일상화하면서 거리가 썰렁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팝업 유치를 위해 비워 놓는 건물이 늘면서 거리의 콘텐트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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