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임원 출신, K반도체 30년 핵심기술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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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설계자료 등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공장을 지으려 한 전직 삼성전자 임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가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65)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가 해외에 설립한 반도체 업체 직원 B(60)씨 등 5명과 설계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A씨 등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이용해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를 받는다. 반도체 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 공간(클린룸)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은 휴대전화 제조 등에 쓰이는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의 제조 공정 기술이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30년 이상 연구개발 등을 통해 얻은 자료로 3000억~수조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영업비밀이자 국가 핵심기술”이라고 밝혔다.

A씨는 삼성전자에서 18년간 반도체 분야 상무 등으로 근무했고, 2001년 퇴직한 뒤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권위자다. 그는 2015년 7월 싱가포르에 반도체 회사 C사를 세운 뒤 2018년 8월 대만 전자제품 생산·판매업체와 8조원의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A씨는 대만업체 투자금과 빼돌린 기술로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와 똑같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부지는 삼성전자 시안 현지 공장에서 1.5㎞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공장 건립 추진 과정에서 B씨 등 C사 임직원에게 삼성전자 설계자료 등을 입수해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사의 한 전직 팀장이 2012년 삼성전자를 퇴사할 때 불법으로 소지한 반도체 공장 BED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장 설계도면은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협력사의 감리회사 직원이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업체의 투자 중단으로 시안 공장 건립이 중단되자, A씨는 2020년 4월 중국 청두시에서 4600억원을 투자받아 반도체 회사 D사를 설립했다. D사는 지난해 청두에 연구개발(R&D)동을 완공해 올해 삼성전자에서 빼낸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했다고 한다. A씨는 C사와 D사를 세우고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 200명을 고액 연봉에 영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2019년 8월 대검찰청 첩보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A씨 등이 장기간 중국에 체류하면서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올해 2월 A씨 등이 입국하자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A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등은 단편적인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닌 반도체 공장 자체의 복제를 시도했다”며 “(시안에) 해당 공장이 설립됐다면 국내와 유사한 품질의 반도체 제품이 대량 생산돼 국내 반도체 산업에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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