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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 노린 현대차, 해외서 번 돈 8조…국내 전기차에 쏟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북미·유럽·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경영 실적이 호전된 현대차그룹이 자본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자회사가 거둔 소득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통해 확보한 8조원 가까운 자금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전년 대비 4.6배로 늘리고, 이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59억 달러(약 7조8000억원·최근 2개월 환율 평균치)를 전기차 공장 신설·플랫폼 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 21억 달러(약 2조8100억원) ▶기아 33억 달러(약 4조4300억원) ▶현대모비스 2억 달러(약 2600억원) 등이다.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전경.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전경.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측은 “전체 배당금의 79%는 상반기 내 본사로 송금돼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 등에 본격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며 “나머지 21%도 올해 안에 국내로 유입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갖고,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해 관련 기술·시설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30년까지 한해 364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글로벌 톱3’에 오른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이번 배당금은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과 기아 오토랜드 화성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 라인 전환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에도 쓰인다.

정부 법인세법 개편도 ‘마중물’ 역할 

현대차그룹의 이번 자본 리쇼어링은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 영향도 크다. 기존에는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이 국내로 배당되면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과세한 뒤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됐다.

하지만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이미 과세한 배당금에 대해서는 배당금의 5%만 국내에서 과세하고, 나머지 95%는 과세가 면제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이중과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에 배당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본사 배당액은 최근 3년 새 1억(2020년)→6억(2021년)→13억 달러(2022년)로 증가 추세였다. 또 59억 달러의 배당금이 국내로 유입되면 경상수지 개선에도 일부 기여하게 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해외법인의 배당금을 활용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부담을 그만큼 덜게 됐다. 이처럼 해외법인 배당금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건전성 개선과 현금 확보 효과로 한층 더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본 리쇼어링이 늘어나면 국내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에 본사 배당을 늘린 현대차 해외법인은 현대차 미국법인(HMA)과 인도법인(HMI), 체코생산법인(HMMC) 등이다. 기아는 기아 미국법인(KUS)과 오토랜드슬로바키아(KaSK), 유럽법인(Kia EU)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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