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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뢰 비극' 벼락 맞을 확률 커졌다…번개 뒤 30초 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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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0년 8월 대전 도심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린 가운데 아파트 피뢰침에 번개가 떨어지는 모습. 김성태 기자

2020년 8월 대전 도심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린 가운데 아파트 피뢰침에 번개가 떨어지는 모습. 김성태 기자

강원도 양양군 해변가에 10일 떨어진 낙뢰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데이터가 있는 2009년 이후 발생한 낙뢰 사고 중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인명 피해가 컸다. 그간 낙뢰로 인한 인명피해는 드물게 나타났다.최근 10년 간(2013~2022년) 낙뢰를 맞아 사망한 사람은 7명, 부상자는 18명이었다.

이번 낙뢰 사고는 한반도 북측에 머물고 있는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11일 수도권에서는 뇌우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북부와 인천, 경기 고양·의정부 등에서 낙뢰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 “늦은 밤(오후 9시~자정) 서울 일부 지역에 호우를 동반한 낙뢰가 예상된다”며 “낙뢰·호우 발생시 건물 안, 지하 등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10일 오후 5시33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벌어진 낙뢰사고로 20~40대 남성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진 강원소방본부

10일 오후 5시33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벌어진 낙뢰사고로 20~40대 남성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진 강원소방본부

낙뢰는 뇌우를 동반한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일어나는 번개 현상이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구름이 나타났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저기압이 블로킹 현상(따뜻한 공기가 산처럼 쌓여 기압계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현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천둥·번개·낙뢰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와 우박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저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차가운 북쪽 공기를 한반도 대기 상층에 유입시키고 있다. 반면 한반도의 대기 하층은 더운 공기가 자리하고 있다. 상층의 찬 공기와 하층의 더운 공기가 만나면 뇌우를 동반한 강한 비구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 “낙뢰 동반 비구름 증가 예상”

기상청에 따르면 낙뢰를 동반한 비구름은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도 거세지는 추세다. 낙뢰는 시간 당 많은 비를 뿌리는 비구름과 함께 온다. 서울 지역의 경우 시간당 최다 강수량 기록 상위 20위 중 7건이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천둥·번개·낙뢰 발생 가능성은 대류 현상 강도에 비례하는데, 해를 거듭할 수록 대류 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여름철 대기 하층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이번처럼 찬 공기가 유입되는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낙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10년간 남한 지역에 떨어진 낙뢰는 한해 평균 10만8719건에 달한다. 해마다 적게는 3만여건에서 많게는 22만건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 낙뢰의 90%는 호우가 쏟아지는 여름철(6~8월)에 발생했다. 지난 한해 낙뢰가 가장 잦은 곳은 경기도(8603건)였다. 단위면적(㎢) 당 낙뢰 발생 횟수는 인천이 1.01회로 가장 많았다.

그동안 국내에서 낙뢰로 인한 사상자 수는 많지 않은 편이었지만, 기후 변화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향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낙뢰로 907명이 사망해 2020년 사망자(240명) 수의 4배를 기록했다. 인도과학환경센터는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번개는 12배 증가한다”며 기후 변화가 낙뢰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뇌우 예보시 등산, 야외 물놀이 자제해야”

지난 해 7월 강원 횡성군 갑천면의 한 주택에서 낙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1시간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택이 전소됐다. 사진 강원소방본부

지난 해 7월 강원 횡성군 갑천면의 한 주택에서 낙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1시간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택이 전소됐다. 사진 강원소방본부

낙뢰는 높은 곳이나 물에 젖은 물체에 떨어져 감전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산에서는 2017년 7월과 2020년 8월에 낙뢰로 등산객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이 예보될 때는 등산이나 야외 물놀이 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번개를 목격한 뒤 30초 안에 천둥 소리가 들리면 낙뢰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때 야외에 있던 사람은 건물이나 자동차 안으로 피신해야 한다. 큰 나무 밑은 위험하다. 피할 곳이 없을 경우 우산이나 등산용 스틱, 낚싯대 등 긴 물건을 버리고 가능한 몸을 낮추고 움푹 파인 곳을 찾아 대피하는 게 좋다. 물은 전류가 통해 위험하므로 가능한 물기가 없는 곳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 천둥 소리를 들은 후 30분 정도 더 기다린 뒤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행정안전부는 “천둥 번개가 심한 날, 실내에서도 혹시 모를 낙뢰 사고를 예방하려면 전기 제품의 플러그를 빼고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2019년 3월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품 출하장 슬레이트 지붕이 토네이도급 강풍에 에 휩쓸려 부두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 제품 출하장 슬레이트 지붕이 토네이도급 강풍에 에 휩쓸려 부두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 불안정 현상이 심화하면 낙뢰, 우박에 이어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좁은 땅에 산지가 많은 특성 때문에 토네이도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동안 용오름(해상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은 관측됐지만 공식적인 토네이도 기록은 없다. 하지만 2019년 충남 당진에서 토네이도급 돌풍이 제철소 지붕을 부수는 사건이 발생해 기상청은 "토네이도 발생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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