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오기 직전, 사우디 감산…고유가 예언한 ‘불길한 장면’

  • 카드 발행 일시2023.06.12

📈강남규의 머니 스토리

공급 조절국(swing producer)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원유 40%를 공급하는 OPEC+(주요 석유수출국)에서 하는 역할이다. 카르텔 멤버들이 증산이나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스스로 생산량을 조절한다. 가격 급등이나 급락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회의가 2023년 6월 3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피리 부는 사나이’인 골드먼삭스를 비롯해 많은 월가 투자은행이 감산도, 증산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의 하멜른에서 전해 내려온 이야기 속 인물이다. 그는 피리를 불어 어린이를 이끌고 사라졌다. 글로벌 머니 세계에서는 시장을 주도하는 인물이나 세력을 뜻하는 말로 통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로고와 밸브.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로고와 밸브.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사우디가 7월 1일부터 하루 100만 배럴을 스스로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 안정화를 위한 결단”이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디가 말한 국제유가 안정화는 자국에 해가 되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나 미국 셰일업체들이 증산에 뛰어들 수준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요즘 국제유가 흐름에 비춰 가격 안정은 지속적인 하락 차단이다. 하지만 사우디 감산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직후 국제유가(브렌트유)는 배럴당 75~77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OPEC+ 내부에서 사우디 영향력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애초 사우디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장관은 회의 직전까지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감산 여론을 주도했다. 결과는 자체 감산이었다.

어쨌든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은 이뤄진다. 사우디는 2023년 4월 이후 하루 1046만 배럴씩 생산한다. 자발적 감산으로 사우디의 하루 생산량은 900만 배럴대로 줄어든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사우디가 자체 감산에 나선 배경에는 OPEC+ 멤버들의 ‘성실한 약속 이행’이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OPEC 본부에는 모니터링팀이 있다. 멤버들이 생산 쿼터를 얼마나 잘 지키는지 살펴보는 조직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생산 쿼터 준수율은 90%에 이른다. 1990년대와 아주 다른 양상이다. 그때 OPEC(석유수출국기구) 멤버들은 생산 쿼터를 어기기 일쑤였다.

격분한 사우디가 생산 조절국 역할을 멈췄다. 하루 8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했다. 현재보다 적은 양이다. 하지만 그 시절 미국 알래스카산 원유가 쏟아지고 있었다.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사우디 감산의 또 다른 의미 

2022년 이후 감산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감산 결정은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 있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