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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퍼펙트 스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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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호 31면

민감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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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기 중앙국가안전위원회 1차 회의를 소집했다. ‘국안위’로 불리는 조직이다. 미국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구소련의 KGB(국가보안위원회)를 참고해 2014년 출범시켰다. 헌법 기구는 아니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국가안전부, 공안부, 무장경찰, 외교부, 대테러판공실, 군 기무조직, 대만·홍콩·마카오·화교판공실 등을 지휘한다. 미국 NSC와 달리 집행력도 갖췄다.

이날 공개된 회의록은 엄중했다. “바람 높고 물결 거세니(風高浪急·풍고랑급) 모진 풍파(驚濤駭浪·경도해랑)의 큰 시련을 준비하라”는 성어까지 동원했다.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도 등장했던 표현이다. 당시 중국 정부 조직인 외문국(外文局)은 한글 번역본에서 ‘풍고랑급’을  일진광풍, ‘경도해랑’은 광풍취우로 번역했다.

2000년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의 재난영화 ‘퍼펙트 스톰’이 중국에서 ‘경도해랑(驚濤駭浪)’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성어의 출전은 중국 삼국시대로 올라간다. 위나라 왕찬은 ‘부회부(浮淮賦)’에서 “거센 파도를 타고 드높이 질주하고 거친 파도를 달려 목표를 향해 달린다(凌驚波以高鶩 馳駭浪而赴質)” 며 출정하는 군대의 기세를 경파(驚波)와 해랑(駭浪)으로 묘사했다. 당나라 작품 ‘해운루기(海雲樓記)’에는 “사람은 고요할 때도 전에 겪은 모진 풍파를 떠올려야 한다(人當既靜之時 每思及前此所經履之驚濤駭浪)”는 용례가 있다. 청나라 말의 증박은 사회 비판 소설 『얼해화(孽海花)』에서 “그들은 바닷가 사람으로 경도해랑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 모두 담이 크며 죽음도 두려워 않는다”며 험난한 환경을 표현했다.

시진핑 3기 국안위 회의록에 처음 등장한 표현은 ‘극한사유(極限思維)’다. 일어날 수 있는 극단의 상황까지 상상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사고실험을 뜻한다는 공식 해석이 나왔다. 이미 지난 20차 보고는 국가안보를 별도 챕터로 격상하며 “언제든 각종 ‘블랙스완’ 사건과 ‘회색 코뿔소’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반(反)스파이법까지 확대 개정한 배경이다. 최근에는 중국 군함과 군용기가 미군과 충돌을 불사하며 각각 137m, 122m 앞까지 접근했다. 극한사유를 군사 작전에 접목했다.

퍼펙트 스톰까지 대비하겠다는 중국 수뇌부의 결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외교·안보만큼은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국론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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