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 배경이던 스위스 호수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통행료까지 생겨났다.
AFP통신은 9일(현지시간)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 장소였던 인구 400명의 작은 호수 마을 이젤트발트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이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019∼2020년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한국의 재벌 2세 여성과 북한군 장교의 로맨스를 소재로 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을 타고 한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젤트발트는 극 중 북한군 장교 리정혁이 스위스 유학 시절 형을 떠올리며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재벌 2세 윤세리가 우연히 리정혁의 연주 소리를 듣는 장면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부터 점차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이 완화되면서 촬영지인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리정혁의 피아노가 놓여있던 호숫가의 부두는 관광객들이 필수로 들러 사진을 찍는 장소가 됐다.
현지 관광 사무소 직원인 티티아 바일란트는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주민 1명당 1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젤트발트의 거의 모두가 관광객이 늘어나 기뻐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힘들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마을로 들어오는 관광버스가 늘면서 교통체증이 생기고 마을 진입로가 막히기도 한다. ‘사랑의 불시착’ 팬들이 부두에서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가면서도 돈은 거의 내지 않는다는 불평이 주민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곳 지자체는 지난달 주차장에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예약한 버스만 출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호숫가 부두에 개찰구를 설치해 5스위스프랑(7200원)을 지불해야만 부두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바일란트도 부두를 걷는 사람이 급증한 만큼 부두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받아야 한다며 “이젤트발트는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고 우리는 계속 그렇게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스위스에 거주하는 필리핀인 플로리타 리히텐슈타이거(64)는 같이 온 친척들만 돈을 내고 들어가게 하고 혼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5스위스프랑이라니”라며 과금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