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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대표 자격서 ‘통신 전문성’ 뺀 KT…낙하산 논란 피해갈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사진 연합뉴스

KT가 ‘CEO의 자격’과 ‘CEO 뽑는 법’을 바꿨다. 대표이사 요건에서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을 빼고, 대표 선임에서 사외이사 권한을 늘리는 식으로 정관도 바꾼다. 9일 KT는 이같은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자 7인의 명단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KT는 지난 3월부터 대표 공석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KT 대표 되는 법, 뭐가 달라졌나

개선안 핵심은 CEO 임기 만료 시 현직 CEO 연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대표이사 자격 요건도 바꾼 것. KT의 ‘현직 대표 연임우선심사’ 제도는 그간 황창규·구현모 전 대표 등의 ‘셀프 연임’을 가능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의 낙하산을 막기 위한 장치라지만, 현직 경영진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데 일조해 KT의 고질병인 폐쇄성을 강화했다는 지적이다.

CEO 자격 요건에서는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 지식·경험’이 빠졌다. 새로운 요건은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의 네 가지다. 전문성을 따져볼 영역을 ‘정보통신(ICT) 분야’로 좁히지 않겠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차기 CEO 공개경쟁 모집 자기소개서에 있던 ‘정보통신분야 관련 경력을 기술하라’는 항목도 삭제됐다. 그간 KT는 “외부 낙하산이 대표로 오기 어렵다”라고 주장하며 해당 항목을 근거로 내세워 왔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탈통신이 강조된다고 해도 기간통신사업자인 KT에게 통신 업무 비중이 크다”라며 “비전문가가 오면 3년 임기 중 상당 부분을 학습하다 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ICT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KT에는 통신뿐 아니라 금융, 미디어, 부동산 등 그룹 전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유관 경험을 갖춘 대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CEO 뽑을 사외이사는 누구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8명 중 김용헌 변호사를 제외한 7명이 사퇴하거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7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찾아야 한다.

9일 KT가 공시한 사외이사 7인 후보자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다. 이 중 곽우영ㆍ이승훈ㆍ조승아 KT 사외이사 후보자는 주주 추천으로 임명됐다. 이는 지난 4월 출범한 ‘뉴 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에 따른 것이다.

논란도 있다. 각각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과 차관을 역임한 최양희 총장과 윤종수 전 차관이 포함돼서다. ‘현 정권과 색깔 맞추기냐’라는 의심이다. 윤 전 차관은 현재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이다.

7명 중 통신 전문가가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외이사가 왜 중요해

이사회 구성은 KT 차기 CEO 선임의 첫 발판이다. 특히, 정관이 변경되면 KT 사외이사의 권한이 커진다.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를 찾고 심사해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기 때문. 사내이사의 수는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줄고,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위원회 구성도 사내이사 없이 전원 사외이사로 가능해진다. KT는 이에 대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경영 감독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KT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사외이사 후보 7인에 대한 최종 선임 여부를 결정짓는다. 사외이사 선임이 마무리되면 이들이 7월 말까지 새 CEO 후보자를 정하게 되며, CEO 최종 임명은 8월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KT 이사회 의장은 “신임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신규 CEO 선임 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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