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제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과거 답습하지 말아야[BOOK]

중앙일보

입력

책표지

책표지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줄리엣 카이엠 지음
김효석‧이승배‧류승기 옮김
민음사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다. 초강대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후재앙‧사이버공격‧테러‧전염병대유행‧총기난사 같은 ‘악마’의 공격을 당해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는 동안에도 초대형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았고, 얼음폭풍으로 미국 텍사스 주에 전기가 끊겼으며, 마이애미에선 아파트가 붕괴됐다. 지금도 하와이 화산폭발, 캐나다 산불과 이로 인한 뉴욕 연무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재난은 큰 피해와 손실을 불러오는 갑작스럽고 파괴적인 사건으로, 인간이 충격과 공포 속에 겪는 수동적 상황이라는 의미가 내포된다. 하지만 미국의 위기관리‧재난대응‧국토안보 분야 전문가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인 지은이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재난은 언제나 발생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재난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방안과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시야가 뿌옇게 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빌딩들을 배경으로 8일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시야가 뿌옇게 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빌딩들을 배경으로 8일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은이가 과거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미주리 주를 찾았을 때 피해자에게 들은 “악마는 절대 잠들지 않아요”라는 발언이 이 책을 관통한다. 재난‧재앙을 당한 뒤 이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더 잘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난 관리자는 위기 직후, 기억이 미처 흐려지지 않았을 때 무엇이 잘못되고 옳았는지를 파악하는 ‘핫 워시(hot wash, 뜨거운 세척)’ 작업을 강조한다. 미래의 모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 과거의 재난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지은이는 예방을 위한 노력만큼 재난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고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대비 훈련이 필수적이다. 재난 대응은 아무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을 때가 가장 완벽하지만, 이럴 경우 교만해지고 게을러질 수 있다는 지은이의 경고가 울림을 준다.

반복되는 재난에 대처할 지침으론 재난 발생을 가정하라, 정확한 상황 파악에 집중하라, 위기 대응 노력을 결집하라, 대응은 다양해야 한다, 당장의 피해를 줄여라, 과거를 답습하지 마라, 작은 일탈을 놓치지 마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다양하게 학습하라 등 모두 8가지를 제시한다. 학문 연구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토안전부 차관보를 지낸 경험까지 보탠 결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