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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사태'가 전화위복?…野일각 "당 지도부 입장 바뀔 수도"

중앙일보

입력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 사퇴 이후 당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혁신위원장 추천을 요청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더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많은 분의 의견을 들어서 더 나은 혁신을 해나가는 게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며 “가능하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당원존 라이브’ 방송에서 “지금까지 분열·갈등 요인을 많이 절제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당을 혁신·개혁·쇄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뻗어 나오기 때문에, 때가 된 것 아니겠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양대노총 청년노동자 타운홀미팅 노동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양대노총 청년노동자 타운홀미팅 노동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변화는 전날 오후 박광온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민주당 상임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도 감지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간사단을 향해 “신망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을 논의해서 추천해달라”며 “함께 지혜를 만들어보고 대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옳은 제안인 것 같다.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힘을 보탰다.

그간 친명계에선 당 혁신의 방향으로 ‘권리당원 권한 확대’를 통한 선명성 강화에 방점을 찍어 왔다. “혁신 기준은 국민과 당원이 돼야 한다. 지금 민주당 내부는 국민과 당원 지지자의 절박한 외침대로 윤석열 정권 실정에 목숨 걸고 싸우고 있나”(김현정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장) 같은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뉴스1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뉴스1

하지만 “천안함 자폭” 등을 주장했던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당내에선 “혁신의 방향 자체를 재설정해야 한다”(원내대표단 관계자)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하는데 이 전 위원장 인선은 정반대였다”며 “도대체 뭘 위해 혁신하겠다는 건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도 “도덕적·사법적 문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자는 요구를 무시한 채 강경하게 나가려다가 지도부가 사고를 친 것”이라며 “혁신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근본적인 토론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래경 사태’가 전화위복이 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충청권의 또 다른 의원은 “묵묵부답하던 당 지도부가 이제라도 의견을 구하는 걸 보면 생산적인 변화가 있을 것도 같다”고 했고,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이 전 위원장을 곧바로 정리한 것은 잘했다. 다음 의총에서는 이 대표가 사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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