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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중·남부까지 스모그 습격…“1억명 건강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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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를 덮은 가운데 워싱턴DC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모뉴먼트가 뿌옇게 보인다. 뒤쪽 미 국회의사당은 거의 안 보일 정도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를 덮은 가운데 워싱턴DC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모뉴먼트가 뿌옇게 보인다. 뒤쪽 미 국회의사당은 거의 안 보일 정도다. [AP=연합뉴스]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에 이어 중서부와 남부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산불 연기가 이날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남쪽 지역까지 도달하면서 남동부 일대 대기질이 저하된 것으로 관측됐다. 켄터키주 루이빌 대기오염관리국은 산불 영향으로 이날부터 8일 밤까지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도 이날 주 전체에 적색 또는 주황색 대기질 경보를 발령하고 어린이나 노인 등 민감한 인구가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할 경우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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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정도로 대기가 탁해졌다. 뉴욕시의 ‘공기 질 지수’(AQI)는 342까지 치솟아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최악의 공기 질’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평소 대기오염이 심각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168), 인도 델리(164)보다도 높았다. 최대 500까지 측정하는 AQI는 통상 100 이상이면 숨 쉴 때 건강에 좋지 않고, 300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켄터키·노스캐롤라이나주도 대기질 경보

주황색으로 물든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하늘. [로이터=연합뉴스]

주황색으로 물든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하늘.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날 미국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1억 명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기 질 경보’를 발령했다. EPA는 AQI가 151 이상일 때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안 좋은 수준으로 보고 경보를 발령한다. 뉴욕 시민들 사이에선 “모래를 삼키는 것처럼 목구멍에 가래가 차고 눈이 화끈거린다”는 반응도 나왔다.

가시거리가 짧아진 탓에 라과디아 공항 등 뉴욕시 주변 공항에선 항공편이 일부 취소·지연되기도 했다. 현지 학교들은 소풍·체육 등 야외 활동을 제한했고 도서관·동물원 등은 급히 문을 닫았다.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의 조깅족도 사라졌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8일 경기는 취소됐고, 브로드웨이의 여러 공연도 취소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워싱턴DC 정부는 8일 적갈색 대기질 경보로 격상했다. 전날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보라색 경보로 강화한 데 이어진 조치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이날 “모든 사람은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고,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마스크(N95·KN95) 착용)를 착용하되 근무 시간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이어 “공기 질은 9일까지 지속하거나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갈색 경보는 EPA의 AQI가 301~500일 때 발령되는 경보로, EPA 대기질 지수 6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다. 해당 경보가 발령되면 심장 또는 폐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활동 수준을 줄이는 것이 권고된다. 현재 워싱턴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인 워싱턴 모뉴먼트가 뿌연 연기로 인해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북동부 지역 등의 하늘이 세기말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누렇게 변해버린 건 지난달부터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수백 곳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빌 블레어 캐나다 비상계획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전역 414곳에서 여전히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피해도 확산 일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해가 가장 컸던 퀘벡주의 경우 최소 154건의 화재가 보고됐다. 지난달부터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7일 기준 3만8000㎢가 소실됐다. 남한 면적(10만㎢)의 40%에 가깝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마다 이맘때쯤 캐나다에선 산불이 반복됐지만, 올해 피해가 컸던 건 평년보다 따뜻하고 건조한 봄 날씨 탓이다. B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재 같은 상태가 올해 여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캐나다, 남한 40% 가까운 면적 불타

여기에 기후변화가 야기한 ‘열돔’(heat dome)이 산불 확산을 부채질했다고 WP가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불은 고온의 공기 덩어리가 고압의 대기층 아래 갇혀 열기를 뚜껑처럼 가두는 현상을 뜻하는 열돔 아래에서 처음 발생했다. 열돔의 고기압은 제트기류와 강우를 우회시켰고, 햇볕이 내리쬐도록 하는 동시에 뜨겁고 무거운 공기를 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산맥 일대가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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