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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부터 국·영·수·사·과 모두 디지털교과서로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디지털 교육 비전 및 핵심가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디지털 교육 비전 및 핵심가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8년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을 가르치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는 AI가 분석한 학습 패턴, 집중도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는 공공 플랫폼에 모아져 교육청과 민간 발행사 등에 공개된다.

"태블릿PC만 갖고 등교하도록 하는 게 목표"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2025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의 세부 내용이 담겨있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2025년에는 초등 3~4학년과 중1, 고1이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서 디지털교과서를 먼저 사용하고 2026년엔 다른 학년도 쓰게 된다. 국어와 사회, 과학은 2026년 초등과 중학교에서 먼저 적용하기 시작해 2028년에는 초중고 전 학년에 도입된다. 발달 단계와 과목 특성을 고려해 초등 1~2학년과 고교 선택과목, 예체능과 도덕은 디지털교과서를 쓰지 않는다.

당장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궁극적인 목표는 책가방 대신 태블릿PC 하나만 들고 등교하게 되는 것이지만, 현장 혼란을 고려해 2025년부터 3년간은 모든 과목에서 종이 교과서와 병행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3월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교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3월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교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학습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예시에 따르면 AI가 분석한 학생의 학습 패턴과 집중도, 영역별 능력치, 참여도·흥미도, 추천 진로, 과제 제출 소요시간 등의 정보가 담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소 주관적이란 지적을 받았던 수행평가도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장애 교원을 위한 화면 해설과 자막 기능, 다문화 학생을 위한 다국어 번역 기능도 추가된다. 또 느린 학습자를 위한 보충학습, 빠른 학습자를 위한 심화학습 기능도 들어간다. 한 학급의 학생이 20명이라면, 20명 각각에게 맞춘 교과서를 공부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가 8일 공개한 AI디지털교과서 대시보드 예시.

교육부가 8일 공개한 AI디지털교과서 대시보드 예시.

디지털교과서로 축적된 학생들의 학습 정보는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가공돼 정부가 만든 데이터 플랫폼에 공유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 연구와 디지털교과서 고도화를 위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민간 발행사에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예를 들어 국가·지역단위 학습 분석 결과 등을 제공해 교육청의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에 맞는 검정체제 개선을 위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또 교과서가 적용되기 6개월 전인 내년 하반기엔 현장 중심으로 적합성을 검토한다.

“디지털교과서, 도입 이유 공감 못해”…현장 혼란 우려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3월 오후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배부 현장인 서울 서대문구 KT플라자 가좌역점에서 신연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유해정보필터링 앱, FocusBuddy, 뉴쌤 웹사이트 등 사전 설치된 앱을 확인하며 시연해보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3월 오후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배부 현장인 서울 서대문구 KT플라자 가좌역점에서 신연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유해정보필터링 앱, FocusBuddy, 뉴쌤 웹사이트 등 사전 설치된 앱을 확인하며 시연해보고 있다. 뉴스1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교과서 현장 검토까지는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개발 가이드라인은 오는 8월에야 발표된다. 한국디지털교육협회 관계자는 “당장 교과서 제작에 들어가야 할 발행 업체끼리도 교과서에 대한 개념이 모두 다르다.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 보급도 관건이다. 부산의 경우 올해 2월 기준으로 이미 100% 보급을 완료했지만 대구는 66%, 광주는 37%에 불과하다. 서울은 중학교 1·2학년에게만 보급을 완료했다. 올초엔 서울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2025년까지 보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까지 초·중·고 전체 학년에 기기를 보급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촉박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우려도 넘어야 할 과제다. 서울 초등3학년 학부모 박모씨는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나은 게 뭔지 아직 모르겠다. 책이 왜 책이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지금 발표된 계획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을 사교육화 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현장은 무너지는데 교사는 ‘멘토’ 정도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간 업체에 넘어갈 학습 데이터가 사교육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민간 발행사가 학생들의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도 윤리적인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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