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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고액 연봉에 中 넘어간 서방 조종사들, 美 ‘공중우위’가 흔들린다(上)

중앙일보

입력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 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 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6월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 독일 국방장관이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리 부장에게 “독일군 출신 조종사들을 고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리 부장은 중국이 독일 출신 조종사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커녕 그것이 문제 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독일공군에서 전역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조종사들이 중국정부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중국에 들어가 교관 조종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돌고 있었다. 독일 보안당국도 이 문제를 진작 인지하고 있었지만 관계자 소재를 파악해 추적·체포까지 했던 미국과 달리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샹그릴라 대화 직전,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이 이 문제를 폭로하면서 부랴부랴 대응하는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중국에 위장 취업한 것으로 확인된 조종사는 최소 3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독일 공군의 최신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교관 조종사였고, 1명은 토네이도 IDS 전폭기 교관 조종사였다. 이들은 독일 공군 전투기 운용 전술과 주요 작전 보안에 대한 기밀은 물론, NATO의 공군 전술에 대한 기밀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었다. 특히 유로파이터 타이푼 교관 조종사 출신인 ‘피터 S’ 씨는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독일 공군 제73전술비행대 주둔지인 로스토크에 여전히 주소를 두고 있었고 독일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공군에 고급 공중전투기술을 전수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보안당국은 이들이 동아프리카의 조세 회피처인 세이셸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린 뒤 이 페이퍼 컴퍼니와 중국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중국 당국에 고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이 계약을 주도한 중국 측 인사는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며, 독일 조종사들이 계약을 체결한 중국 업체는 2014년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독일 당국은 이들이 중국 간첩과 접촉해 페이퍼 컴퍼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독일 매체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치치하얼(齊齊哈爾)에 있는 중국 공군기지에서 교관 조종사 업무를 맡았다. 독일 매체 보도가 사실이라면 독일 조종사들은 치치하얼 싼자쯔(齊齊哈爾三家子)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3항공여단의 교관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대는 J-7 전투기를 운용하던 부대였지만 이들이 교관 조종사를 맡을 시기에 최신형 다목적 전폭기인 J-16으로 기종을 바꾼 바 있다.

중국 남부 광동성의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 국제 항공 항공 우주 전시회에서 비행 시연 프로그램을 수행한 후 행진 중인 모습. NOEL CELIS=AFP

중국 남부 광동성의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 국제 항공 항공 우주 전시회에서 비행 시연 프로그램을 수행한 후 행진 중인 모습. NOEL CELIS=AFP

서방 선진국 출신의 전투기 조종사가 중국에 넘어가 ‘과외’를 했다가 적발됐다는 보도는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해 미국은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호주에서 조종사 훈련 사업을 하다가 중국군과 계약을 맺고 교관 조종사로 일했던 인물을 체포해 기소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전투기 조종사 출신 예비역·퇴역 장교들이 중국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영국 국방부는 자국 공군 출신 조종사들 상당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23만 파운드, 한화 3억 75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중국행을 택한 조종사들은 유로파이터 타이푼, 토네이도, 해리어, 재규어 등 기종도 다양했고, 실전 경력을 가진 인물들도 있었다.

각국 언론은 군 전투조종사 출신 인사들의 중국행으로 미국과 NATO의 군사기밀이 중국으로 흘러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기밀 유출이 아니다. 기껏해야 영관급 정도의 장교가 접근할 수 있는 등급의 군사기밀은 그렇게 치명적인 것도 아니고 중국 정도의 정보전 수행 능력이 되는 나라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1인당 수억 원의 고액 연봉을 주면서 미국과 NATO 각국의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일까?

중국의 서방 전투기 조종사 스카우트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을 시작한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필요한 핵심 전력으로 F-16을 비롯한 서방제 전투기 공여를 미국과 NATO에 간곡히 요청했고, 최근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 폴란드와 네덜란드 등에서 조종사 교육이 막 시작됐다. 조종사 교육은 다급한 전장 상황을 고려해 4개월 교육의 속성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언론은 올가을 F-16이 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마치 전쟁이 끝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와 아주 다르다. 특히 F-16을 오랫동안 몰았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전 NATO 최고사령관 출신 장성은 우크라이나의 ‘F-16 만능론’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미 유럽공군사령관을 거쳐 미 유럽사령관 겸 NATO 최고사령관을 역임한 필립 M. 브리드러브(Phillip M. Breedlove) 퇴역 대장은 지난 5월 말,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각국에서 부풀려지고 있는 ‘F-16 만능론’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F-16을 인수해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서방식 전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숙달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F-16을 받은 조종사들이 그걸 MIG-29처럼 운용한다면, 그건 조금 더 나아진 MIG-29일뿐이지 F-16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단기간의 기종 전환 교육만으로는 F-16이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공군 태동기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이 때문에 전투기의 성격이나 운용 교리가 대단히 이질적이다. 미군의 전투기는 전장을 주도하는 ‘주역’의 성격이 짙지만, 러시아의 전투기는 ‘붉은 군대 서열 1위’ 군종인 육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조연’의 성격이 짙다. 미군은 ‘아군 공역’이 아닌 ‘적군 공역’에서 전투기를 공세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군은 ‘아군 공역’에서 지상군에 대한 방공 지원을 주요 임무로 삼고, 지상 화력 투사는 보조적인 임무로 인식한다.

미 공군 F-16 전투기. 미 공군

미 공군 F-16 전투기. 미 공군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제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길고, 자체 센서 능력이 우수하며,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를 많이 운용하지만, 러시아제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지상 레이더·관제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정밀 타격 무기 운용 능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양측의 공군력 운용은 많은 사람이 걸프전 이후 TV를 통해 봤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생각하는 ‘공군력 운용’이란 하늘에 조기경보통제기가 날아다니고, 전투기가 수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날려 적 표적을 족집게처럼 타격하는 형태일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전투기가 적의 머리 위까지 날아가 조종사가 맨눈으로 적을 확인한 뒤 폭탄이나 로켓탄을 쏘는 형태의 공군력 운용이 펼쳐지고 있다.

5월 말부터 6월 초에 있었던 우크라이나군 소속 ‘자유러시아군단’과 ‘러시아의용군단’의 러시아 벨고로드 국경 마을 기습 작전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예 전폭기 Su-34가 적이 점령한 국경 검문소 바로 위를 스치듯 비행하며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Su-34는 적의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맞을까 봐 적외선 기만장치인 플레어(Flare)를 뿌리며 급가속해 작전 지역을 이탈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투기가 적의 머리 위로 직접 날아가 맨눈으로 표적을 확인한 뒤 무장을 투발하는 것은 러시아의 공군력 운용 전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준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최근 몇 년간 서방 국가들과의 연합 훈련을 크게 늘려왔고, 현재 운용 중인 Su-27이나 MIG-29, Su-24와 같은 구소련제 기종을 서방식으로 운용하기 위한 ‘흉내’에 꽤 열심인 군대다. 그런데도 서방식 전투기 조종술과 교리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조종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직도 구소련 방식의 공군력 운용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리드리브 장군의 지적대로 우크라이나가 F-16을 받는다 하더라도 F-16을 기존의 구소련 방식의 교리와 전술로 운용하면 그 F-16은 좀 더 나은 MIG-29에 불과할 것이다. F-16은 JDAM이나 페이브웨이(Paveway) 등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적 표적을 조준하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투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교리와 전술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지 않는다면 기존 MIG-29처럼 적진 머리 위까지 날아가 로켓이나 폭탄을 퍼붓는 낡은 방식으로 전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보자. 중국이 기종을 가리지 않고 서방 공군 출신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사시 싸워야 하는 적의 전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낙후된 공군 운용 전술과 교리를 갈아엎기 위해서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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