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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볕드는데…OECD, 한국은 다르게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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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 경제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한국 경제는 더한 한파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내려잡았다.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지 3개월 만에 수치를 더 낮췄다. 반면 OECD는 세계 경제가 회복 기류를 탔다며 올해 전망 평균치를 2.6%에서 2.7%로 올려잡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일(현지시간) OECD는 이런 내용의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한국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측했던 OECD는 이날 1.5%로 0.1%포인트 추가로 낮춰잡았다. 내년 성장 전망도 더 어둡게 봤다.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내렸다.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올해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은 2.9%로 유지한 것과 반대 방향이다. OECD는 미국(1.5 → 1.6%), 프랑스(0.7 → 0.8%), 영국(-0.2 → 0.3%), 중국(5.3 → 5.4%) 등 대부분 국가의 올해 성장 예측치를 올려잡았다. “회복 흐름이 여전히 취약(fragile)”하긴 하지만 “세계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가계·기업 심리가 살아나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도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세계 경제가 험난하긴 하지만 회복(Rocky recovery)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던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과 비슷하다. 이날 세계은행(WB)도 같은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7%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 OECD는 한국을 콕 집어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The economy has slowed)”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OECD가 올해 성장 전망치를 내린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독일(0.3 → 0%), 일본(1.4 → 1.3%) 등 손에 꼽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일본·독일·네덜란드 등 성장 전망을 OECD가 낮게 봤는데 주로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국가란 공통점이 있다”며 “세계 경기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고 제조업·교역의 성장세는 아직 미진하다 보니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점도 한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OECD가 올해(2023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처음 발표한 건 1년 반 전인 2021년 12월이다. 3개월에 한 번꼴로 전망을 수정하는데 그때마다 한국 수치는 미끄러지기만 했다. ‘2.7 → 2.5 → 2.2 → 1.8 → 1.6 → 1.5%’로 쉼 없이 추락 중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반도체와 중국 시장은 오히려 족쇄로 작용했다. 반도체 수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미미해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수출이 지나치게 의존해온 한국 경제는 지금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며 “내수 성장으로 이를 만회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증가한 가계부채,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OECD 전망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1.6%로 잡고 있는데, OECD는 물론 IMF(1.5%), 한국은행(1.4%), 한국개발연구원(KDI, 1.5%) 등이 발표한 전망치보다 높다.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기재부가 올해 성장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재정을 쏟아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쓸 수 없다. 지난해보다 세금이 수십조 덜 걷히는 ‘세수 펑크’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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