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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 ‘총성 없는 전쟁’…소프트웨어 개발에 사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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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차그룹이 창업 5년차 스타트업에 1조5000억 원대 자금을 투입한다. 일본 혼다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인도와 중국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두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강화를 위한 행보인데, 완성차 업체에선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세운 포티투닷에 최근 주식 인수대금 3462억원을 납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1조707억원에 포티투닷 지분 93.2%를 인수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 회사 창립 초기 투자한 돈과 다른 업체의 지분 인수 대금까지 모두 합치면 총 1조5057억원 규모의 투자다.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투자 현황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투자 현황

덕분에 요즘 포티투닷은 취업 시장에서 ‘인재 블랙홀’로 떠올랐다. 송창현 대표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인공지능(AI)·클라우드·블록체인 등 140여개 직군에 대한 채용 공고를 공유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한 번뿐인 기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과감한 투자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탈바꿈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담겨 있다. 2025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기능이 업데이트되는 SDV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부터 출시되는 신차에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이 기본 탑재되고 있다.

그만큼 SDV 경쟁력 없이는 생존조차 힘들어지는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과 맥킨지 등에 따르면 2019년 310억 달러(약 40조5200억원) 수준이던 자동차 SW 시장은 2025년 600억 달러(78조2700억원), 2030년에는 830억 달러(약 108조2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완성차 업계는 SW 역량 강화를 위해 말 그대로 ‘급가속’을 하고 있다. 혼다는 최근 인도의 SW 업체 KPIT와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현재의 두 배인 1만 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벤츠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두 개의 연구개발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지에서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채용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빅데이터 등을 연구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IT 업체인 텐센트와 손잡고 조만간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SW 운영체계(OS)인 ‘MB.OS’를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0년 SW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 2026년까지 직원을 1만 명으로 늘리고 300억 유로(약 39조원)를 연구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카리아드는 차량 OS인 ‘VW.OS’를 개발해 폭스바겐의 모든 차량을 동일한 SW와 클라우드로 연결하고, 운전자에게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스타트업 크루즈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량 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인 영국 위조에 투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장 우수한 SW가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며 “대응 수단이 없다면 국내에서는 자동차 껍데기만 만들고 ‘영혼’인 SW는 해외에서 사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업체 간 생존을 건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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