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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LIV, 손잡은 두 원수…“천문학적 오일머니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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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가 7일(한국시간)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로 본다. 왼쪽은 PGA 투어에서 뛰는 로리 매킬로이. 오른쪽은 LIV로 이적한 베테랑 골퍼 필 미켈슨. [중앙포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가 7일(한국시간)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로 본다. 왼쪽은 PGA 투어에서 뛰는 로리 매킬로이. 오른쪽은 LIV로 이적한 베테랑 골퍼 필 미켈슨. [중앙포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사우디아라비아 후원을 받는 LIV 골프가 7일(한국시간) 합병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 LIV 골프는 대회당 PGA 투어 대회의 4배가 넘는 상금을 걸고 야심차게 출범했다. 엘리트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PGA 투어와 새롭게 출발한 LIV 골프의 반목이 시작됐다. PGA 투어와 사우디 LIV 골프의 합병 발표는 2022년 6월 LIV의 첫 대회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PGA 투어와 LIV는 이날 “공동 소유의 영리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골프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합병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합병 결정에 따라 PGA 투어는 이사회의 과반수를 임명하고 새로운 법인에 대해 과반수의 의결권을 갖는다. 새 법인의 이사회는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가 회장을 맡는다. PGA 투어의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는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지난해 6월 LIV 골프를 세웠다. 막대한 상금을 내걸자 필 미켈슨과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 엘리트 골퍼들이 잇따라 LIV 골프로 이적했다. 그러자 PGA 투어 관계자들은 LIV 골프가 성공하면 PGA 투어는 사우디의 2부 투어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PGA 투어는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를 제명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고, 이와 관련해 선수들은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그러나 LIV는 기대했던 스폰서십을 받지 못했다.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됐다. 반면에 PGA 투어는 LIV에 대항해 상금을 대폭 올렸지만,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합병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면서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은 미국과 유럽 골프 투어 회원 자격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계류 중인 모든 소송도 합의로 종료한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PGA 투어와 LIV 골프의 공동 운영 법인의 독점 투자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계에서 이번 합병은 전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로 본다. 사우디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LIV라는 골프 리그를 만들어 PGA 투어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결국 뜻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PIF는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대한 거부권이 있어 앞으로 권한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스포츠에서 큰 역할을 맡으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 중 가장 큰 성공이다. PGA 투어와 합병함으로써 석유가 풍부한 사우디는 골프의 파괴자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골프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골프위크도 “서류상으로는 사우디의 적대적 인수합병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PGA 투어 모너핸 총재는 지난해 “선수들은 여성·동성애자·언론인을 대하는 사우디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이적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나한은 이날 “우리는 LIV와 PIF의 투자 경험에 발맞춰 앞으로 나아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PIF의 비전과 협력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접근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을 바꿨다.

LIV로 이적한 필 미켈슨 등 일부 선수들은 이를 반겼다. 반면에 PGA 투어 일부 선수들은 “사악한 집단이라고 불렀던 LIV 골프와의 합병을 누가 동의했느냐”며 반발했다. 세계랭킹 67위 매켄지 휴스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투어와 합병한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됐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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