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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둘러본 폴란드 국방장관…폴란드, 유럽시장 교두보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란드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무기 체계를 두루 둘러봤다. ‘K-방산’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한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이레네우스 노박 폴란드 공군사령관(왼쪽부터),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 강구영 KAI 사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7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이레네우스 노박 폴란드 공군사령관(왼쪽부터),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 강구영 KAI 사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7일 국방부에 따르면 방한 중인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날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폴란드 수출형 FA-50GF 1호기 출고식에 참석했다. GF는 ‘Gap Filler’의 약자로 폴란드 노후 전투기와 신형 전투기 사이 전력 공백을 메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48대 수출 이행 계약이 체결된 FA-50은 이로써 8개월 만에 첫 기체 출고가 완료됐다. 이는 FA-50의 역대 최단 기간 출고다.

FA-50GF는 오는 7월까지 비행시험을 거쳐 8월 폴란드가 인수한다. 이후 올해 연말까지 모두 12대가 우선 납품될 예정이다. KAI는 나머지 36대를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한 최고 사양으로 제작해 2025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납품할 계획이다.

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FA-50GF가 전시돼 있다. KAI는 7월까지 비행시험을 거쳐 8월 첫 납품을 시작, 연말까지 총 12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FA-50GF가 전시돼 있다. KAI는 7월까지 비행시험을 거쳐 8월 첫 납품을 시작, 연말까지 총 12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브와슈차크 장관은 출고식이 끝난 뒤 오후엔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했다. 여기엔 다양한 국산 무기체계의 실전 능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폴란드 측의 의향이 담겼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군의 화력시범 현장에서 수차례 "인상적이다(impressive)!"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K808 백호 장갑차와 천궁-Ⅱ 방공 미사일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해당 무기체계의 세부 제원을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 브와슈차크 장관은 승진훈련장으로 향하기 전 경남 사천 공군 3훈련비행단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제1회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군사 협력, 교육,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6개 실무위원회로 구성된다. 한국 방위산업체의 협력과 참여를 바탕으로 폴란드 전력 증강과 자체 기술력 등 국방 잠재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마리우슈 부아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7일 오전 경남 사천 공군 3훈련비행단에서 열린 제1차 한-폴란드 국방 방산협력 공동위원회에서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 신설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국방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마리우슈 부아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7일 오전 경남 사천 공군 3훈련비행단에서 열린 제1차 한-폴란드 국방 방산협력 공동위원회에서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 신설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국방부

폴란드의 이 같은 적극 행보는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장기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폴란드는 지난해 7월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등 한국 업체와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48대, 천무 288문 등 4종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일종의 포괄계약이었다. 이어 같은 해 8~9월에 이중 1차로 K2 180대, K9 212문, FA-50 48대에 대한 수출 이행계약이 성사됐다. 모두 합쳐 1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한국 업체들은 나머지 물량에 대한 후속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폴란드의 자금조달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폴란드는 1차 계약에서 한국 측 수출입은행의 융자와 보증 등 금융 지원을 약속 받은 데 이어 후속 계약에서도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브와슈차크 장관은 전날(6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등을 만난 뒤 자신의 SNS에 “한국 장비에 대해 좋은 가격으로 협상했다”며 “남은 것은 재정 계획을 채우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는 업체 차원의 노력에 한계를 호소하며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선 폴란드의 자금 문제만 해결되면 한국산 무기체계의 수출 리스트가 훨씬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폴란드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 한국산 ‘도산 안창호함’이 거론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드백과 K808 백호 등 장갑차는 물론 천궁-Ⅱ 방공 미사일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며 “이제 긴 안목으로 폴란드 시장을 바라보고 유럽 시장의 교두보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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