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도 막았으니 해피엔딩? 채권·주식 5% 떨어질 겁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6.08

📈강남규의 머니 스토리 

미국 재무부가 다시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부채한도가 타결된 직후인 2023년 6월5일 3590억 달러(약 466조원)를 빚냈다. 올해 초 이후 발행이 밀린 국채를 시장에 쏟아내놓기 시작한 셈이다.

월가가 예상하는 미 재무부 국채발행 물량은 올해 연말까지 1조6000억 달러(약 2080조원)에 이른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QE) 시절에 사들여 처분하고 남은 국채와 모기지증권(MBS) 7조 달러의 22%에 이르는 물량이다.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공화당 출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부채한도 적용을 2025년 1월까지 미룬다는 데 합의했다. 양쪽은 벼랑 끝 대결을 벌이다 2011년과 2013년, 2019년처럼 한도 적용을 일정 기간 미루는 방식으로 최후의 순간을 피했다.

예상대로였다. 공화당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벌여 국방비와 팬데믹 기금 등의 분야에서 삭감을 관철했다. 정치적 전리품을 적잖이 챙겼다는 평이다.

 부채한도 법안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부채한도 법안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미 정부가 부도를 피했으니 해피 엔딩일까

타결 직후인 6월 2일 뉴욕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월가 거대 금융그룹에서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JP모건 투자전략가인 니콜라스 페니기르츠조글루는 최근 투자레터에서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우려했다.

페니기르츠조글루에 따르면 우선 미 재무부가 밀린 국채를 대거 발행한다. 이는 곧 그만큼 달러를 흡수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는 양적 긴축(QT)과 맞물려 시장 유동성을 더욱 위축시킨다.

그는 보고서에서 “이 정도 유동성 위축은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전후보다 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가 말한 유동성은 광의의 통화(M2)다. 이런 유동성이 1조1000억 달러(약 1430조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 M2는 한마디로 달러 공급량이다. 현금과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예금에다 저축성 예금, 10만 달러 이하 정기예금 등을 포함한다. 올해 4월 증가율이 -4.63%(전년 동기 대비)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달러가 마르고 있는 중에 미 재무부가 밀린 숙제하듯 국채를 팔아 달러를 거둬간다. 그 바람에 18~20세기 초반 돈의 공급이 제한되던 시기에 주로 쓰인 경제학 개념이 되살아났다. 바로 구축효과다.

구축효과는 한 나라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민간 기업은 자금조달 시장에서 쫓겨나는 현상이다. 그 결과 민간 투자가 위축된다. 1·2차 세계대전 와중에 미국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인들 가운데 상당수를 팔로워로 확보하고 있는 JP모건 투자전략가 니콜라스 페니기르츠조글루. 사진 개인 링크드인

국내 금융인들 가운데 상당수를 팔로워로 확보하고 있는 JP모건 투자전략가 니콜라스 페니기르츠조글루. 사진 개인 링크드인

그러나 구축효과는 1970년대 이후 종이돈 시대가 본격화한 이후 산업화한 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현상이다. 무엇보다 QE 시대엔 사실상 잊힌 개념이었다.

이처럼 잊힌 현상이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QT를 하고 있는 와중에 미 재무부가 국채로 달러를 흡입하면서 되살아날 조짐이다.

구축효과 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