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의 독일제 주력 전차를 파괴하는 장면이라고 공개한 영상 속 장비가 '농업용 트랙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선 후 3일간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대변인 대신 직접 성명을 낭독한 그는 이 기간 우크라이나군 전차 52대와 장갑차 207대를 파괴했고, 우크라이나군 병사 3715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특히 6월 5일에는 5개 여단이 7개 방면에서 공격해 오는 것을 저지해 더 큰 피해를 줬다면서, 이 과정에서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8대 등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러시아군은 전차 15대와 장갑차 9대만이 손실됐으며, 병사 71명이 사망, 21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 홍보실은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군 KA-52 공격헬기가 레오파르트2 전차를 파괴할 당시 촬영됐다는 이 흑백 영상에는 들판에 멈춰 있는 검은 물체를 조준한 뒤 미사일을 발사해 터뜨리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을 통해 보도된 영상을 보면, 파괴된 차량의 하부에 전차용 무한궤도 대신 바퀴가 달린 듯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상부에 툭 튀어나온 부분 역시 레오파르트2 전차의 포신이라기엔 지나치게 짧다.
독일 dpa 통신은 심지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조차 농업용 트랙터를 탱크로 잘못 보고 터뜨린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dpa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레오파르트 전차를 파괴했다지만 명백히 잘못된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일각에선 해당 사진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가 지원되기 전인 지난해 찍힌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면서,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반복적으로 전과를 과장하는 행태를 보여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