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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800억'에 벤제마 데려온 사우디…손흥민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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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사우디 알 이티하드에 입단한 카림 벤제마(가운데)가 계약기간을 의미하는 ‘2026’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벤제마의 연봉은 2억 유로(2780억원)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사우디 알 이티하드에 입단한 카림 벤제마(가운데)가 계약기간을 의미하는 ‘2026’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벤제마의 연봉은 2억 유로(2780억원)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가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36·프랑스)를 데려왔다.

사우디 알 이티하드는 7일 “새로운 수퍼스타 벤제마를 소개한다”며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벤제마가 ‘2026’이 적힌 알 이티하드 유니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도 올렸다.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 3년이며, 추정 연봉은 2억 유로(2780억원)에 달한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잔류를 선언했던 벤제마는 사흘 전에 퇴단을 발표했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공세에 결국 흔들렸다. 벤제마는 2021~22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2022년 최고선수에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특급 공격수다. 벤제마는 “사우디는 좋은 리그이고, 좋은 선수가 많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도 이미 뛰고 있다. 난 새로운 도전과 프로젝트에 나설 시기”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고지가 제다인 알 이티하드는 2022~23 사우디 프로리그 우승팀이다.

잉글랜드 첼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32·프랑스)도 연봉 1억 유로(1389억원)에 알 이티하드와 2년 계약이 임박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알 이티하드 관계자가 런던에서 캉테 에이전트와 미팅을 가졌다.

프리미어리그 시즌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귀국한 손흥민. 뉴스1

프리미어리그 시즌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귀국한 손흥민. 뉴스1

수퍼스타들을 수집하고 있는 사우디가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1·토트넘)까지 노린다는 소식이다. 미국 CBS스포츠 벤 제이콥스 기자는 7일 자신의 SNS에 “토트넘 손흥민도 2024년 사우디의 영입 타깃이다.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토트넘과 2025년까지 계약된 손흥민은 내년이면 계약이 1년밖에 안 남는다. 토트넘이 연장 계약 대신 이적료를 회수하길 원한다면 내년에 손흥민을 팔아야 한다. 영국 매체 팀 토크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토트넘은 사우디로부터 거액의 제의를 받는다면 수락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에 32세가 되는 손흥민은 향후 2~3년간 유럽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평생 수입과 맞먹는 연봉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가능한 행선지로 알 이티하드와 알 아흘리, 알 나스르, 알 힐랄이 꼽힌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최근 지분을 75%씩 보유하기로 한 네 팀이다. PIF는 팀 당 3명씩 총 12명의 수퍼스타를 데려와 사우디 리그를 세계 10대 리그로 키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월 사우디에서 맞대결을 펼친 파리생제르맹 메시(왼쪽)와 알 나스르 호날두(오른쪽). AFP=연합뉴스

지난 1월 사우디에서 맞대결을 펼친 파리생제르맹 메시(왼쪽)와 알 나스르 호날두(오른쪽). AFP=연합뉴스

앞서 사우디 알 나스르가 작년 12월에 연봉 2877억원을 주고 호날두(38·포르투갈)를 데려온 게 신호탄이다. 파리생제르맹과 결별한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까지 데려와 다시 호날두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그림을 확신하고 있다. 사우디 알힐랄은 메시에게 연봉 5558억원, 2년간 최대 12억 유로(1조7000억원) 규모의 영입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관광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메시는 사우디행과 친정팀 FC바르셀로나(스페인) 복귀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사우디 알 힐랄 이적설에 휩싸인 메시(가운데). AFP=연합뉴스

사우디 알 힐랄 이적설에 휩싸인 메시(가운데). AFP=연합뉴스

바르셀로나를 떠난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35·스페인)와 파리생제르맹과 계약이 끝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7·스페인), 첼시 공격수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34·가봉),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37·프랑스) 등이 사우디팀과 연결되고 있다. 이적 소문이 떠도는 스타들로만 베스트11 구성이 가능할 정도다.

벤제마와 호날두, 여기에 메시와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8·크로아티아)까지 사우디로 건너간다면 이들의 발롱도르 수상 횟수는 총 14회나 된다. 사우디 측은 킬리안 음바페(25·파리생제르맹) 같은 젊은 스타의 영입은 쉽지 않으니 황혼기에 접어든 30대 월드클래스 선수를 데려오는 게 전 세계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미스터 에브리싱이라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미스터 에브리싱이라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자금 규모가 784조원에 달하는 PIF는 2021년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을 인수했다. 또 지난해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를 출범시켰다. 2029년에는 네옴 시티에서 겨울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2030년 월드컵은 물론 올림픽 개최까지 노리고 있다.

사우디가 원대하게 추진 중인 ‘비전 2030’의 퍼즐 중 하나다. ‘미스터 에브리싱’이라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석유 중심의 사업을 다각화하려고 한다. ‘소프트 파워(스포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힘)’로 국제적인 지위와 명성을 강화하려는 프로젝트다. 관광객들이 축구 스타를 보러 사우디를 찾길 원한다.

인권 탄압국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스포츠 워싱싱(sportswashing)’에 스포츠가 도구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우디는 최근 여자축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도 2016년 ‘황사 머니’를 앞세워 스타들을 끌어모았지만, 7년 만에 그 프로젝트는 거의 소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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