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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6일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연합뉴스

6일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연합뉴스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사라지지도 않는다. 베테랑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6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9회 등판해 무실점하고 9-6 승리를 지켰다. 2005년 프로 데뷔한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378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80개, 42개를 기록한 오승환은 한·미·일 5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메이저리그(MLB)에선 마리아노 리베라(54·652개), 트레버 호프만(56·601개)이 달성했고, 아시아에선 오승환이 최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 부진이 이어지면서 잠시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데뷔 첫 선발 등판을 가며 투구 밸런스를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1군 복귀 이후엔 안정감을 되찾았다. 8경기에 등판해 구원 실패 없이 1승 4세이브를 거뒀다.

삼성 팬들과 함께 500세이브 기념촬영을 한 오승환. 연합뉴스

삼성 팬들과 함께 500세이브 기념촬영을 한 오승환. 연합뉴스

'돌부처' 오승환의 얼굴에서도 웃음꽃이 피었다. 오승환은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2022년)결혼 후 아내에게 야구를 잘한 모습보다 그렇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미안했다. 올해 4월 태어난 아들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KBO리그 400세이브 도전을 남겨둔 오승환은 "팀이 많이 이기면 따라오는 기록이다. 블론세이브를 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같은 날 두산 베어스 좌완 장원준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와 3분의1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하고 시즌 2승을 거뒀다. 장원준은 이로써 임창용(130승)을 제치고 다승 단독 10위로 올라섰다.

6일 통산 131승을 거두고 역대 다승 단독 10위가 된 장원준. 연합뉴스

6일 통산 131승을 거두고 역대 다승 단독 10위가 된 장원준. 연합뉴스

장원준은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4년 만에 데뷔 첫 두자릿수 승리(12승)을 따냈다. 이후 2017년까지 8년 연속 10승 이상을 따냈다. 2015년 두산으로 이적한 뒤에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2018년(3승 7패 평균자책점 9.92)을 기점으로 부상을 겪으며 하락세를 그렸다. 보직도 불펜으로 바뀌었고, 4년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은 장원준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줬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에서 선발로 나섰다. 후배들은 라커에 막걸리를 넣으며 선전을 기원했다. 5이닝 4실점한 장원준은 팀이 승리하면서 1884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이어 두 번째 등판에서도 호투를 펼치며 두산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6년 만에 호흡을 맞춘 포수 양의지와의 '낭만 배터리'는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안겼다.

지난달 23일 5년 만의 승리를 거둔 장원준(왼쪽)을 축하하는 이승엽 감독(가운데)과 두산 선수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5년 만의 승리를 거둔 장원준(왼쪽)을 축하하는 이승엽 감독(가운데)과 두산 선수들. 연합뉴스

장원준은 3승만 추가하면 김원형(134승) 감독과 다승 공동 9위가 된다. 하지만 그에겐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 장원준은 "지난 번 등판은 야구 인생이 걸려있었기에 긴장했다. 하지만 승리를 따내 모든 미련을 털어냈다. 다승 기록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며 마운드에 설 수 있음에 감사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도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6일 기준 타율 0.315(7위), 5홈런 28타점을 올렸다. OPS(장타율+출루율)는 0.906으로 LG 박동원(0.953), SSG 최정(0.913)에 이은 리그 3위다.

KIA 외야수 최형우. 사진 KIA 타이거즈

KIA 외야수 최형우. 사진 KIA 타이거즈

대기록도 눈 앞에 두고 있다. KBO리그 통산 타점 1위다. 1489개의 타점을 쌓은 최형우는 이승엽(1498개)을 9개 차로 쫓고 있다. 빠르면 이달 안에 1위를 차지하고, 역대 최초 1500타점 고지도 밟을 전망이다.

최형우는 '모범 FA' 대표사례다. 2017년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한 뒤,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100타점도 세 번이나 기록했다. 이적 첫 해엔 우승 트로피도 안겼다.

그런 최형우도 지난 2년간은 부침을 겪었다. '금강불괴'라고 불릴만큼 건강했던 최형우지만 중심혈액성 맥락망막병증에 시달렸다. 눈에 문제가 생기니 좋은 타격을 하기 어려웠다. 허벅지 부상까지 겹치며 데뷔 이후 최저 타율(0.233)로 시즌을 마쳤다.

KIA 외야수 최형우. 사진 KIA 타이거즈

KIA 외야수 최형우. 사진 KIA 타이거즈

지난해 전반기까지도 부진이 이어졌다. 타격 폼을 줄여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에이징 커브'란 의심도 따라왔다. 그러나 후반기부터는 장타력과 출루 능력 모두 되살아났고, 올해는 마침내 제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3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만난 최형우의 몸집은 예년보다 날렵했다. 겨울 동안 흘린 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작년에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시즌이 시작되니 달랐다. 내가 나이든 걸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이)대호 형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은퇴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45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대신 야구를 잘해야 한다. 구단이 필요로 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2023년 최형우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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