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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메디컬 고시"…의대 노린 N수생 빠진다, SKY도 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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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려대 1학년 재학생인 이모씨는 지난 1일 수능 모의평가를 치렀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목표로 했던 의대 입시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이씨는 “입학은 했지만 재수를 염두에 두고 최소 학점만 신청했다. 많이 고민했지만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려면 의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입시 레이스가 시작됐다. 입시 업계에서는 올해 의대 열풍의 여파로 의약학 계열(의대·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을 목표로 한 'N수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상위권 대학이나 지방 의대에서도 서울권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도미노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수능=메디컬 고시” 반수 고민·학원 상담 줄이어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6월 모의평가는 고3 뿐 아니라 재수생도 대거 응시하는 시험이다. 이번 시험을 전후해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반수'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티인 '연세대 에브리타임'에는 “나이로 치면 5수생인데, 의대 반수를 할지 취업을 할지 고민”이란 글이 올라왔다. 고려대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신입생들은 6월 모의평가 답 맞추고 있더라. 수능이 '메디컬 고시'가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수학원에도 의약학 계열 입시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창섭 강북종로학원 원장은 “신촌 주변 대학의 약대생들도 최근 재수 상담을 받고 갔다”며 “의약학 계열 내에서도 의대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나이와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의대 입시로 유명한 재수학원들은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이민하 시대인재 평가이사는 “올해 재수종합반 모집에서는 'SKY대학' 학생들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4 주요 대학 및 의학계열 수시·정시 합격선 전망'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배치 참고표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4 주요 대학 및 의학계열 수시·정시 합격선 전망'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배치 참고표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재수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225명(6.2%)이 1학기에 휴학했다. 2019년에 70명이던 '신입 휴학생'은 2020년 96명, 2021년 129명, 2022년 195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과 재수생 올해 또 늘 것…“도미노 이탈” 전망도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수험생 수가 급감하고 있지만, N수생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번 6월 모의평가 응시자 46만3675명 중 N수생 등 졸업생은 8만8300명(19%)으로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재학생은 줄었지만 졸업생은 지난해 6월에 비해 오히려 1만1625명이 늘어난 탓이다. 통상 모의평가보다 실제 수능에서는 졸업생 비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올해 수능의 졸업생 비율도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정부 방침이 이과생의 재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이과생들이 유리한 점수를 받는 데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목표로 서울대 298명 등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을 817명 늘렸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이과 최상위권 수험생은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거둬도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의약계열부터 반도체 학과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이과 재수생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라디오 방송에서 “(고2가 입시를 치르는) 2025년도 입시에선 의대 증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늘면 지방 의대생은 수도권 의대로, SKY 대학생들은 의대로 옮기는 연쇄 이탈이 일어날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재수 열풍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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