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아재신병 받고 용병도 거론…구인난 자위대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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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자위대, 저출산에 위기

일본 자위대

일본 자위대

신병이라고 하기엔 다소 늙수그레한 얼굴. 일본 자위대 홍보 영상엔 ‘아재 신병’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일본은 2018년 10월 그간 26세였던 입대 상한 연령을 32세로 대폭 늘렸다. 젊은이가 부족해서다. 입대 지원자가 적었는데 이젠 젊은 세대 자체가 줄고 있다.

일본에서 자위대에 대한 ‘호감도’는 90% 전후(일본 내각부 여론조사)로 매우 높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국가적 재난·재해 때 전면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자녀를 보내라면? 그건 아니다. “자위대의 헌신적 모습에 손뼉을 치지만, 내 자식은 결코 입대시킬 일은 없다”는 부모들이 수두룩하다.

낡은 건물서 근무, 휴지도 사비 구매

구인난이 일상인 일본에서 자위대는 근무 여건이나 직업적 측면에서 3D 직장일 뿐, 아무리 홍보해도 양질의 인재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열악한 처우와 각종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저출생을 뜻하는 ‘소자화(少子化)’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예 모병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란 위기론도 부상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장거리 미사일 1000발을 사들이겠다는 일본을 놓고 군사 대국화 우려가 나오지만, 정작 일본 내에선 자위대 숫자를 못 채우고 있다. 자위대 정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4만7154명이지만, 실제 배치 인원은 23만3341명으로, 1만3000여 명 부족하다. 일본은 모병제라 지원자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 32세로 지원 연한을 올린 건 이 때문이다.

급기야 방위성은 일본 사회의 역린을 건드렸다. 지난 9일 ‘타투(문신)’를 한 사람에게도 자위대 입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일본에선 조직폭력배인 ‘야쿠자’의 영향으로 문신한 사람의 목욕탕 출입을 금지할 만큼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편이다. 자위대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거세져 갑론을박이 난무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인 용병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순혈주의적 사회 분위기다. 전문가 사이에선 “민족과 애국심을 동일시하는 순혈주의가 강한 자위대에 접목하긴 매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현실적 방안은 여성대원 확보인데, 이마저도 여성을 향한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심각하다.

“여성 대원의 가슴을 촬영한 X선 사진을 돌려보면서 감상했다” “야큐켄(가위바위보 벌칙 게임)을 하자며 옷 벗기를 강요했다”…. 올해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자위대 내 ‘세쿠하라(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사례다.

일본 자위대 히가시치토세 주둔지 청사. 6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하다. [사진 일본 방위성]

일본 자위대 히가시치토세 주둔지 청사. 6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하다. [사진 일본 방위성]

불을 댕긴 건 지난해 전직 여성 자위대 고노이 리나(五ノ井里奈·23)의 폭로였다. 2020년 4월 입대해 2년 2개월간 갖은 성폭력에 시달리다가 전역했다. 산악훈련 중 남성 대원이 텐트 안에서 가슴을 주무르고, 강제로 키스하고, 음부를 만지도록 강요하는 피해를 입고 중대장에게 보고했지만 “소통의 일환이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반응이 돌아왔다.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결국 전역 직후 이런 실태를 유튜브로 공개했고, 10만 명 이상이 공정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에 서명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2022년판 방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현재 여성 자위대원은 전체의 약 8.3%인 1만9160명이다. 2030년까지 1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일본 정부 목표다. 하지만 남성 중심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근무 여건도 열악하다. 길고 습한 무더위에도 곳곳에서 에어컨 없는 단체 생활을 해 왔다. ‘지진 대국’인데도 내진 설계도 제대로 안 된 낡은 건물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진 기준에 미달하는 4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9600여 동 정도로 방위성 보유 건물의 40%가 넘는다. 2018년에는 의회에서 “화장실에서 쓰는 휴지조차 사비로 산다”는 증언이 나와 큰 논란이 일었다. 실상을 조사했더니 부대 중 13.6%가 ‘그렇다’고 답한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정년과 연금 문제도 단골 애로사항이다. 경찰관·소방관과 비교해 보수는 낮지 않지만, 계급 정년이 있다. 2020년 계급 정년을 기존보다 1년씩 올렸는데도 부사관 정년이 54세, 대위급 55세, 중령급 56세, 대령급은 57세다. 일본 공무원 정년은 현재 60세인데 2031년까지 65세로 연장할 예정이어서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자위대 경력을 인정해 주는 직장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엔 비전투분야 민간 위탁할 듯

자위대의 미래는 어떨까. 결국 일부 기능을 민간에 위탁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으로서 법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자위대가 전투 관련 활동에 민간을 끌어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의 요구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병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는 비전투 분야는 민간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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