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최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용돈 명목의 돈을 2년간 매달 3000만원씩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 역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다달이 3000만원씩 줬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2년간 매달 3000만원이라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전 회장은 7억원 이상을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넸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전 회장은 돈의 종착지로 이해찬 전 대표를 지목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사용할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여의도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 전 부지사가 월 2000만~3000만원을 요구했고,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요구에 따라 돈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 역시 “쌍방울 측에선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를 그만두고 나서 있을 공간이 없으니 사무실 비용을 달라’는 말을 듣고 수천만원씩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이 이번에 언급한 ‘매달 3000만원’ 규모 금품은 이전에 이 전 부지사가 받은 것으로 드러난 돈과는 별개다. 다만 김 전 회장의 진술이 곧바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김 전 회장 측이 개인 돈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거쳐 이 전 부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증거가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몽땅 다 현금으로 줬기 때문에 돈을 전달한 걸 입증할 증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전 부지사가 이 전 대표를 내세워 돈을 받아간 뒤 실제로 전달은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령 이 전 대표에게까지 금품이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된 2020년 5월 이후 공직을 맡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설령 돈이 건너간 게 사실이라고 해도 범죄가 되는지는 여러모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매달 3000만원씩을 건넸다는 쌍방울 측 주장과 관련, “사실무근이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둔 2020년 6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에 취임했고,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중국 지린성 훈춘 쌍방울 TRY 공장을 함께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또 이해찬 의원실 4급 보좌관으로 일한 황모(63)씨가 2020년 5월 쌍방울그룹 계열사 미래산업 비상근 사외이사로 선임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