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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수 펑크’ 시인한 법인세…중간예납도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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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최근 ‘4월 국세 수입(세수) 현황’을 발표하며 올해 ‘세수 펑크’ 예측을 공식화한 근거는 법인세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법인세수는 35조6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5조8000억원 줄었다(-30.8%). ‘3대 세목’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중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연간 세수 전망에 대해 “법인세는 (결손이) 확실할 것 같은데, 나머지 세목은 아직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가 법인세를 콕 집어 언급한 건, 징수 실적이 유독 저조해서다. 올해 총 세수(400조5000억원) 중 소득세(131조9000억원)에 이어 법인세(105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26.2%다. 하지만 정부가 예측한 올해 법인세수는 “90조원 안팎”이다. 단순 계산해도 15조원 규모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

법인세수 급감은 ‘예고된 미래’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로 실적이 악화한 대기업이 늘면서다. 2020년 귀속분 법인세 기준 소득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82.7%를 납부하는 구조다. 기업분석업체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62곳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12조9871억원)이 전년 대비 69.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쪼그라든 국세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쪼그라든 국세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3100억원)이 1년 전보다 68.9%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조8984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 한국전력공사·포스코·HMM·LG디스플레이·현대제철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었다.

‘중간예납’도 변수로 떠올랐다. 중간예납은 매년 8~10월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추정한 세액의 절반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이듬해 3~5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주요 기업 실적이 좋아 8~10월 중간예납액이 34조 3000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급격히 경기 흐름이 나빠졌다.

문제는 올해 8~9월 중간예납 실적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적자를 낸 회사의 경우 중간예납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1분기 결산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622곳(금융업 등 제외)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3% 감소했다. 적자 기업도 152곳(24.44%)에 달했다. 흑자를 낸 기업도 지난해 대비 실적이 악화해 중간예납 규모가 지난해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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