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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난기류에 노조 준법투쟁까지…항공업계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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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항공업계가 잇따른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승객이 착륙 전 비상문을 개방하는 사고가 벌어진 데 이어 아시아나 조종사들은 임금을 더 올려 달라며 7일부터 쟁의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 난항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를 계기로 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합병 문제에 대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한 성사 의지를 내비쳤다. 조 회장의 발언은 대한항공이 미국·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요구 사항을 수용할 뜻이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합병 이점을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심사를 통과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업 결합의 마지막 관문인 미국과 EU에서 사실상 합병 반대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7일 발대식을 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항공기 운항 시간을 지연시키는 ‘준법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쟁의 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92.39%(찬성 874표)에 달하는 찬성률을 기록했다.

‘준법 투쟁’은 정확히 규정대로 일하겠다는 의미다. 조종사들은 제시간에 탑승을 마치기 위해 원칙적인 시간(이륙 1시간 20분 전)보다 30~40분가량 일찍 모여 자료를 준비하고 브리핑을 진행해왔다. 이제는 규정대로 정확히 ‘1시간 20분’ 전에만 모여 브리핑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공항 활주로 등 지상에서 항공기를 저속으로 주행하는 다른 준법투쟁까지 겹치면 출발 지연 시간은 더 늘어난다. 비행 노선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승객 탑승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올해 임금 인상률 문제로 파업에 나섰다. 조종사 노조는 10%대, 사측은 2.5%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이 높아 지난해 실적이 좋더라도 임금을 올릴 여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반면 노조는 지난 10년 간 임금이 동결됐으며 이제는 제 몫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이 2년 넘게 길어지면서 산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임금 교섭이 결렬되는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합이 무산되면 항공 산업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이 크다”며 “양사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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