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성태 "이해찬에게 줄 돈, 월 3000만원씩 이화영에게 건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017년 7월 중국 지린성 훈춘 쌍방울 TRY 공장 방문 당시 촬영된 기념사진. 해당 사진을 보면 '이해찬 의원님 훈춘 TRY 공장방문 환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건물에 붙어있고, 참가자들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사진에 담겼다. 사진 독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017년 7월 중국 지린성 훈춘 쌍방울 TRY 공장 방문 당시 촬영된 기념사진. 해당 사진을 보면 '이해찬 의원님 훈춘 TRY 공장방문 환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건물에 붙어있고, 참가자들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사진에 담겼다. 사진 독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최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용돈 명목의 돈을 2년여간 매달 3000만원씩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 역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다달이 3000만원씩 줬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2년간 매달 3000만원이라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전 회장은 7억원 이상을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넸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전 회장은 돈의 종착지로 이해찬 전 대표를 지목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이 전 대표가 사용할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월 2000만~3000만원을 요구했고, 김 전 대표는 이같은 요구에 따라 돈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는 이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여의도 사무실 임대료로 쓸 돈이라고 했지만, 임대료가 3000만원일리는 없지 않나. 이 전 대표에게 돈을 상납했을 것으로 봤다”고 주장했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 역시 “쌍방울 측에선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를 그만두고 나서 있을 공간이 없으니 사무실 비용을 달라’는 말을 듣고 수천만원씩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진미파라곤에 입주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사장실은 협회 사무실 바로 1개 층 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배 기자

서울 여의도 진미파라곤에 입주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사장실은 협회 사무실 바로 1개 층 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배 기자

김 전 회장이 이번에 언급한 ‘매달 3000만원’ 규모 금품은 이전에 이 전 부지사가 받은 것으로 드러난 돈과는 별개다. 이 전 부지사는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쌍방울그룹에서 선거 자금으로 1억원, 법인카드로 4억원 가량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2월에는 쌍방울그룹 법인카드로 170만원 상당의 오디오를 구매해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김 전 회장의 진술이 곧바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김 전 회장 측이 개인 돈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거쳐 이 전 부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증거가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몽땅 다 현금으로 줬기 때문에 돈을 전달한 걸 입증할 증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전 부지사가 이 전 대표를 내세워 돈을 받아간 뒤 실제로 전달은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령 이 전 대표에게까지 금품이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된 2020년 5월 이후 공직을 맡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설령 돈이 건너간 게 사실이라고 해도 범죄가 되는지는 여러모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매달 3000만원씩을 건넸다는 쌍방울 측 주장과 관련, “사실 무근이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둔 2020년 6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에 취임했고,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중국 지린성 훈춘 쌍방울 TRY 공장을 함께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이해찬 의원님 훈춘 TRY 공장방문 환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건물에 붙어있고, 참가자들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해당 사진에는 김 전 회장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이해찬 의원실 4급 보좌관으로 일한 황모(63)씨가 2020년 5월 14일 쌍방울그룹 계열사 미래산업 비상근 사외이사로 선임된 적도 있다. 황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전 대표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지근거리에서 그를 수행해왔으며,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였던 2018~2020년 의원실 4급 보좌관으로 일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