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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 지배할 것" 애플 내놓은 차원 다른 '고글' 가격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이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사용자 눈앞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씌워 보여주는 MR(Mixed Reality·혼합현실) 헤드셋이다. 웨어러블 기기나 태블릿 등 앞서 애플이 장악해왔던 기기 생태계 중 시장 성숙도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5일(현지 시각) 본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를 열고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발표했다.

애플이 5일 공개한 비전프로. 사진 애플 홈페이지

애플이 5일 공개한 비전프로. 사진 애플 홈페이지

혼합현실이란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친 증강현실(AR)을 확장한 개념으로 기기를 통해 현실과 가상 세계 간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애플은 2015년부터 1000여 명 넘는 개발자들을 투입해 MR 헤드셋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애플이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공개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 연합뉴스

애플이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공개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 연합뉴스

애플은 신제품에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라는 단어까지 새로 꺼내들며 기존 AR, VR(가상현실) 헤드셋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마지막 순서로 신제품 헤드셋을 공개하며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맥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애플 비전 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이용자들이 받아들이기엔 거리감이 있는 파격적인 가상현실 헤드셋이라는 개념보다는 컴퓨팅의 연장선상으로 신제품을 시장에 자연스럽게 소개한 것이다.

비전프로를 사용해 화면을 띄워 작업하는 모습. 애플 홈페이지

비전프로를 사용해 화면을 띄워 작업하는 모습. 애플 홈페이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비전 프로 

사용자는 스키 고글 형태의 비전 프로를 착용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도 애플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 매끄러운 연결성을 강조했다. 애플은 최초로 선보이는 공간 운영체제 ‘비전OS’를 소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마치 실제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비전OS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상에서 구동되는 앱들을 그대로 연동해 쓸 수 있고 동시에 외부 개발자들이 앱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다.

카메라와 센서를 갖춰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이용자가 눈, 손과 음성을 통해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페이스타임, 화상회의, 웹 검색, 원격 근무 등을 지원하며 엑셀, 워드 등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프로그램과 어도비 라이트룸과 같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 이용도 가능하다.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감상하고 업무를 위해 협업도 할 수 있다.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적용돼 고글 내부에 있는 2개의 디스플레이에 2300만 픽셀을 탑재했다. 비전 프로를 쓰고 페이스타임(화상) 통화를 하면 상대방의 모습이 실물 크기의 디지털로 재현된다.

아직 부족한 콘텐츠 부분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플은 이날 자사 OTT인 애플TV 플러스는 물론, 디즈니와의 협업을 공식 발표했다.

하드웨어에는 이번에도 애플의 자체 제작 칩인 M2와 이번 MR 헤드셋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R1칩이 자리한다. R1칩은 헤드셋에 달린 12개 카메라와 5개 센서, 6개 마이크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 사용자 눈앞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전 프로의 미국 가격은 가상·혼합현실 헤드셋 가운데 가장 비싼 3499달러(약 457만원)로 책정됐다. 내년 초 미국 시장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 여부와 가격 등은 현재까지 모두 미정이다.

애플 비전프로. 애플 홈페이지

애플 비전프로. 애플 홈페이지

내년 초 미국부터 출시…국내 출시 미정  

애플은 이번에도 가장 비싸고 완성도 높은 기기를 시장에 출시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선도하고, 점차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며 생태계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애플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당초 기대보다 못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MR·VR·AR(증강현실) 헤드셋 시장이 내년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NN은 “시장의 회의론이 틀렸다고 입증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건 애플일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 등 이미 XR 생태계 진출을 선언한 경쟁자들 역시 애플의 첫 MR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면밀히 살펴본 뒤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MR 헤드셋 신제품을 두고 아이패드나 애플워치 등 앞서 애플이 기기 생태계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었던 영역과는 달리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월가에서는 이번 MR 헤드셋 출시와 관련해 ‘부진’ ‘대단하지는 않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글을 씌워 아예 사용자의 모든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단순히 스마트워치를 하나 더 손목에 채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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