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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뒤 국회 등원 '0'…해외서 '폭로 유튜브'만 찍던 日의원 최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의 한 전직 국회의원이 기이한 행적으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도마에 오른 인물은 ‘가시’로 불리는 전직 참의원. 올해 51세로 본명은 히가시타니 요시카즈(東谷義和)다. 교도통신은 6일 가시 전 의원이 상습협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당선 후 국회 등원 제로…유튜브는 계속

지난 4일 국회의원 당선 이후 국회에 등원하지 않아 제명된 일본 유튜버 히가시타니 요시카즈가 나리타 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그는 귀국 직후 체포됐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국회의원 당선 이후 국회에 등원하지 않아 제명된 일본 유튜버 히가시타니 요시카즈가 나리타 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그는 귀국 직후 체포됐다. 연합뉴스,

가시 전 의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의 일이다. 앞서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를 당한 가시는 지난 2021년 12월 일본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로 옮겨 유튜버로 활동해왔다. 연예인 등 유명인에 대한 폭로가 주된 내용을 이뤘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선거를 앞두고 NHK당으로부터 비례의원 입후보 제안을 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NHK당은 공영방송인 NHK의 수신료를 내지 않는 국민을 지키자는 취지로 지난 2013년 설립됐는데, 이 당의 1번 비례대표 자리를 받게 된 것. 해외 체류로 제대로 된 선거 유세도 없었지만 가시는 참의원 선거에서 28만7714표를 얻어 당선됐다.

기행은 이어졌다. 참의원으로 국회의원 신분이 됐지만, 본명 대신 이름표를 유튜버 활동 때 사용한 ‘가시’로 표기했다. 국회가 열렸지만 가시는 두바이에 있다는 이유로 귀국해 등원하지 않았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논란까지 일면서 참의원 징벌위원회는 국회에 나와 사과하란 징계를 내렸지만 가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귀국한다, 안 한다 논란을 이어가던 그는 결국 귀국 비행기를 타지 않았고 지난 3월 15일 참의원은 사상 최초로 국회 등원 불출석을 이유로 가시의 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 처분을 내렸다. 당시 당명을 ‘정치가여자(政治家女子) 48당’으로 바꿨던 소속당은 “등원하지 않는 걸 이유로 제명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반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가시의 소속 정당은 가시가 귀국하지 않는 건 ‘부당한 구속 우려’ 때문으로 ‘(동영상) 발신이 중단되는 것이 싫어서’라는 설명을 전하기도 했다.

제명 후 약 3개월…체포영장 발부

가시가 일본 언론의 주목을 다시 받게 된 건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지난 4일. 일본 경시청은 나리타공항에서 파란 셔츠를 입고 웃으며 귀국하는 가시를 체포했다. 일본 언론들은 생중계까지 하며 전직 의원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가시에 대해 연예인 등 유명인사에 대한 상습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가시 체포가 급물살을 탄 데엔 인터폴 국제수배가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두바이 체류 중이던 가시를 UAE 당국이 체포해 일본 경찰에 “귀국시키겠다”고 연락을 하며 사실상 강제 송환됐다고 전했다.

정치가여자48당은 지난 4일 해외 체류를 이유로 등원을 거부하다 제명당한 가시 전 의원의 나리타공항 도착을 트위터로 알렸다. 사진 정치가여자48당 트위터

정치가여자48당은 지난 4일 해외 체류를 이유로 등원을 거부하다 제명당한 가시 전 의원의 나리타공항 도착을 트위터로 알렸다. 사진 정치가여자48당 트위터

협박 동영상으로 반년에 약 9억원 수입

아사히신문은 경시청 수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가시가 ‘폭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반년 만에 약 1억엔(약 9억4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동영상 재생 횟수에 따라 광고 수입 일부를 받게 되는데, 오로지 이 수입 때문에 ‘폭로’ 협박을 담은 영상을 반복해 올렸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실제로 가시가 두바이에서 4곳의 거점을 두고 고급 요리를 즐기며 호화 생활을 즐겼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찰은 가시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연예인 등에 대한 협박 영상을 게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가시의 유튜브 채널은 해지된 상태로, 당시 구독자 수가 약 126만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가시가 유튜브 외에도 다른 동영상 사이트나 틱톡과 같은 곳에서도 영상을 게재해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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