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요트 띄운 샴페인회사 CEO "韓, 1990년대 日 보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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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난해 처음으로 찰스 하이직의 수출 국가 톱10에 진입했어요. 1990년대 초호황을 누렸던 일본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요.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보는 이유입니다.”

스티븐 루르(Stephen Leroux) 찰스 하이직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찰스 하이직은 프랑스의 럭셔리 기업 EPI 소속의 샴페인 브랜드다. EPI는 봉쁘앙, JM웨스톤 등 패션 브랜드와 파이퍼 하이직, 비온디 산티 등 고급 와인 및 샴페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스티븐 루르 찰스 하이직 글로벌 최고 경영자. 찰스 하이직은 프랑스 럭셔리 기업인 EPI 소속의 샴페인 브랜드로 1851년 설립됐다. 미국에 처음 소개된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사진 까브드뱅

스티븐 루르 찰스 하이직 글로벌 최고 경영자. 찰스 하이직은 프랑스 럭셔리 기업인 EPI 소속의 샴페인 브랜드로 1851년 설립됐다. 미국에 처음 소개된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사진 까브드뱅

1851년 설립된 찰스 하이직은 미국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한 샴페인 브랜드로 유명하다. 설립자 찰스 까미유 하이직은 프랑스의 귀족·왕족에게만 팔던 샴페인 3만 병을 배에 싣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최초의 샴페인인 셈이다. 당시 미국 사교계에서 유명 인사였던 그의 이야기는 ‘샴페인 찰리’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현재 찰스 하이직의 한해 생산량은 300만 병 수준이다. 유명 샴페인 브랜드인 뵈브 클리코 생산량이 1900만 병, 볼랭저가 300만 병, 돔페리뇽이 200만 병 정도다. 가격은 14만~15만원대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스티븐 루르 대표는 “규모(생산량)보다는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살려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하이직의 샴페인 제품들. 대표 상품인 '브륏 리저브'부터 빈티지 샴페인인 '브륏 밀레짐''로제 밀레짐', '블랑드블랑' 등을 생산한다. 사진 까브드뱅

찰스 하이직의 샴페인 제품들. 대표 상품인 '브륏 리저브'부터 빈티지 샴페인인 '브륏 밀레짐''로제 밀레짐', '블랑드블랑' 등을 생산한다. 사진 까브드뱅

루르 대표가 말하는 찰스 하이직만의 독특함은 양조 스타일에 있다. 일반적으로 샴페인 하우스가 만드는 가장 대중적인 상품인 ‘멀티-빈티지(다양한 연도의 와인을 섞은) 샴페인’은 5년 이상 숙성한 리저브(고급) 와인을 약 10% 정도 사용한다. 찰스 하이직의 대표 상품인 ‘브륏 리저브’는 평균 10년 이상 숙성한 리저브 와인을 40~50% 정도 사용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루르 대표는 “사실상 입문급 샴페인 중에서는 경쟁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찰스 하이직은 지난 1일 VIP 고객을 대상으로 서울 반포 세빛섬 선착장에서 요트를 띄워 놓고 시음 행사를 열었다. 배를 타고 미국 시장을 개척한 창립자의 이야기를 한국 시장에 소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루르 대표는 “한국 시장은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와인에 대한 이해도나 섬세함의 수준이 이미 성숙한 일본 시장과 견줄 만하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알아보는 안목도 상당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한강 요트 선착장에서 열린 찰스 하이직 시음 행사 전경. 사진 까브드뱅

지난 1일 한강 요트 선착장에서 열린 찰스 하이직 시음 행사 전경. 사진 까브드뱅

프랑스샴페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샴페인 수입량은 세계 13위 수준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 통계에 따르면 샴페인이 포함된 스파클링 와인 수입량은 2012년 255만L에서 지난해 845만L로 10년 새 세 배로 커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2~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트렌드로 국내 와인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지만, 최근에는 그 열기가 살짝 꺾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루르 대표는 “와인 업계에 27년 있었지만, 3년·5년 단기적 시장 변동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계속 성장해왔다”며 “게다가 고급 샴페인은 특정 소비층을 겨냥하기 때문에,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찰스 하이직은 올해 저장고에 넣는 새로운 샴페인의 양을 기존 대비 60% 이상 늘렸다. 일부는 5년 뒤, 나머지는 10년 뒤에 세상에 나오는 샴페인들이다.

글로벌 경기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루르 대표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나는 포도만 가지고 만드는데, 지역이 커지지 않는 한 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며 “여기에 긴 숙성 시간까지 더해 만드는 고급 샴페인의 희소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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