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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인한 '세수펑크' 주범 법인세…'중간예납'도 먹구름,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최근 ‘4월 국세수입(세수) 현황’을 발표하며 올해 ‘세수 펑크’ 예측을 공식화한 근거는 법인세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법인세수는 35조6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5조8000억원 줄었다(-30.8%). ‘3대 세목’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중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연간 세수 전망에 대해 “법인세는 (결손이) 확실할 것 같은데, 나머지 세목은 아직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가 법인세를 콕 집어 언급한 건, 징수 실적이 유독 저조해서다. 올해 총 세수(400조5000억원) 중 소득세(131조9000억원)에 이어 법인세(105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26.2%다. 하지만 정부가 예측한 올해 법인세수는 “90조원 안팎”이다. 단순 계산해도 15조원 규모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 1~2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래 부진에 따른 양도세·증권거래세 감소가 세수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3월부터 법인세가 주범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를 비롯해 100만개 넘는 12월 결산법인이 지난해 실적을 근거로 올해 3~4월에 걸쳐 법인세를 신고·분납하는 구조라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법인세수 급감은 ‘예고된 미래’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로 실적이 악화한 대기업이 늘면서다. 2020년 귀속분 법인세 기준 소득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82.7%를 납부하는 구조다. 기업분석업체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62곳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12조9871억원)이 전년 대비 69.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3100억원)이 1년 전보다 68.9%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조8984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 한국전력공사·포스코·HMM·LG디스플레이·현대제철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 원 이상 줄었다.

‘중간예납’도 변수로 떠올랐다. 중간예납은 매년 8~10월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추정한 세액의 절반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이듬해 3~5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납세 부담을 분산하고 재정 수입을 균형 있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상반기엔 주요 기업 실적이 좋아 8~10월 중간예납액이 34조 3000억 원에 달했다. 2021년보다 8조7000억원 늘었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급격히 경기 흐름이 나빠졌다. 정 정책관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낸 중간예납액 일부를 올해 3~4월에 환급한 것이 법인세 감소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21년 큰 흑자를 낸 정보기술(IT) 기업이 지난해 3~4월 법인세를 낸 뒤 8월에 중간예납까지 했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면 올해 3월에 세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돌려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올해 8~9월 중간예납 실적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적자를 낸 회사의 경우 중간예납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1분기 결산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622곳(금융업 등 제외)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3% 감소했다. 적자 기업도 152곳(24.44%)에 달했다. 흑자를 낸 기업도 지난해 대비 실적이 악화해 중간예납 규모가 지난해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는 주력 반도체 기업 실적이 핵심인데 올 상반기엔 반도체는 물론 다른 기업 경기도 좋지 않아 법인세를 중간예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경기 침체 전망까지 겹쳐 세금을 중간예납하는 대신 현금 보유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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