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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대 1 뚫었던 워킹맘 여배우, 4300억 韓뮤지컬 '족보' 내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뮤지컬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6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2년 공연 티켓 판매 동향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253억원에 이른다. 2021년 2343억원에서 1년 새 두 배 가까이로 커졌다.

시장 성장의 핵심은 티켓 파워다. 조승우·김준수·박효신 같은 톱 클래스의 남자 배우들은 회당 출연료가 5000만원~1억원을 넘나든다. 남자 가수처럼 스타성을 갖춘 이들이 잇따라 뮤지컬 무대에 수혈되는 이유다.

‘최연소 명성황후’ 뮤지컬 입문서 출간

 이달 중순 개막 예정인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을 맡은 배우 최지이씨의 모습.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사진 최지이 배우]

이달 중순 개막 예정인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을 맡은 배우 최지이씨의 모습.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사진 최지이 배우]

배우 중심의 캐스팅이 아닌, 작품 자체에 주목할 수 있는 하나의 뮤지컬 입문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17년차 뮤지컬 배우 최지이(38)씨. 중앙일보는 ‘모차르트!’ 공연 연습에 한창인 최씨를 지난달 26일 만났다.

최씨는 이번 공연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맡았다. 어린 모차르트에게 성공과 자유의 기회를 열어준 인물이다. 최씨는 2007년 아시아 최대 뮤지컬 극단인 일본 ‘시키(四季)’에서 ‘오페라의 유령’ 주인공인 크리스틴 다에 역으로 데뷔했다. 만 30세가 되던 2015년에는 최연소로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그는 이날 “운이 좋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낸 책 『디스 이스 어 뮤지컬』은 국내외 뮤지컬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종의 입문서다. 최씨는 “배우들은 그간 자기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쓰는 게 일반적이고, 그동안은 뮤지컬 평론가나 제작 감독이 뮤지컬 입문서를 쓰곤 했다”며 “현역 배우가 입문서 성격의 책을 쓴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17년차 뮤지컬 배우인 최지이씨. 이달 중순 개막 예정인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을 맡았다. 어린 모차르트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사진 최지이 배우 제공]

17년차 뮤지컬 배우인 최지이씨. 이달 중순 개막 예정인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을 맡았다. 어린 모차르트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사진 최지이 배우 제공]

책은 뮤지컬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위해 국내·외에서 공연된 99편의 뮤지컬에 대한 소개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 그 안에 350개의 곡(넘버)과 뮤지컬 관련 기본 지식, 그리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녹여 넣었다. 각각의 뮤지컬의 스토리는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출판사 측은 “현역 뮤지컬 배우로서의 실력 못지않게, 여러 대학을 출강하면서 다진 이론적 배경을 더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도 워킹맘 고민은 같아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이지만, 마냥 평탄한 길을 걸은 것만은 아니다. 실력파 배우임에도 결혼·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피할 수 없었다. 그의 필모그라피가 2019년 ‘마리앙투아네트’ 이후 한동안 끊겼던 이유다.

그는 ‘워킹맘’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놨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목 보호다. 최씨는 이날 “공연을 앞두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배기 아들한테 감기가 옮을 수 있어 항상 조심하고 있다”며 웃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맡은 배우 최지이씨의 공연 포스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맡은 배우 최지이씨의 공연 포스터.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다시 무대에 서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출산 전 그는 굵직한 주연급 역할들을 주로 맡았다. 2018년에는 한 지상파 방송사의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600대 1의 경쟁을 뚫고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엄마가 된 다음 무대에 설 때 그는 단역(앙상블)도 꺼리지 않는다. 최씨는 “뮤지컬 배우는 주역과 단역을 넘나들며 치열한 오디션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극한 직업”이라며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선택을 받는 일, 그게 뮤지컬 배우의 숙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연이 없을 때는 유튜브 등을 통한 강연 활동 등으로 꾸준히 경제 활동을 한다. 최씨의 유튜브 계정 누적 조회 수는 310만 회에 이른다. "발성 관련 유튜버 중에는 제일 많을 것“이란 설명이다. 배우를 꿈꾸는 이들뿐 아니라, 일반 성인들도 가르쳤다. 그가 쓴 책이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읽히는 이유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앞으로의 바람을 말했다.

“우선 이번 공연에서 남작부인 역할을 잘 해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일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직장인처럼 뮤지컬 배우도 40대가 전성기라고 합니다. 저도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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