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무실 없는 단체도…서울시 보조금 이렇게 8.7억 타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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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청사.연합뉴스

서울시청 청사.연합뉴스

보조금을 받아 공기청정기를 빌리거나 직원 회의비·강사료 등으로 지급했다. 또 단체 등록을 했지만, 사무실이 없는 곳도 있었다. 서울시가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5일 서울시가 행정안전부와 국민의힘 이상욱 서울시의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지원 횟수 6582건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부적정 사례 146건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엉뚱한 곳에 쓴 돈은 8억7400만원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민간경상‧행사 보조, 사회복지사업 보조 등 명목의 사업 지원 횟수다. 2018년 1917건을 시작으로 2019년 2011건, 2020년 2051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2021년 1857건, 2022년 1678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시는 보조금으로 진행된 민간보조사업에서 회계 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정해진 목적 외 용도로 보조금이 사용됐는지 등을 점검했다.

서울시, 실태조사 통해 146건 적발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것은 대부분 사업 목적 외 용도로 보조금이 쓰인 사례다. 한 예로 A단체는 전기‧가스‧수도요금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임차, 컴퓨터 구매 등 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340만원대 보조금을 사용했다.

단체 직원 인건비나 강사료 지급 등 형태로 보조금이 부적정하게 쓰인 적도 있었다. B단체는 단체 임직원에게 ‘회의 수당’ 명목으로 15만원씩 줬다. C단체는 해당 단체 대표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190만여원에 강사비로 310만여원을 추가 지급했다.

내부 거래가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D단체는 사업 관계자가 운영 중인 특정 회사와 각종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1400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시는 D단체가 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것은 아니나 사업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아울러 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사업 관련 정보나 지출 증빙서류 등을 전혀 등록하지 않은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서울시는 부적정하게 사용된 보조금은 환수 조처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보조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 이력·역량 등에 대한 검증, 그리고 사업 성과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회나 감사원 등 외부기관 감사나 시 자체 감사를 통해서 적발된 곳은 지원을 끊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락 두절되거나 사무실 없는 곳도 있어

이와 함께 서울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 공익활동 지원 사업에 참여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현황 실태도 조사했다. 먼저 2383개 단체 중 16%인 383곳이 대상이다. 시는 해당 단체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상 회원 수가 100명 이상인지,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 등이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조사 결과 요건을 충족한 단체는 조사 대상의 75.5%에 해당하는 289곳이었다. 하지만 29곳(7.5%)은 회원 수 100명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최근 1년간 공익활동 실적이 없는 곳 등으로 파악됐다. 특히 시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65개(17%) 단체는 해산된 것으로 추정되거나 연락이 아예 닿지 않는 곳도 있었다. 점검 과정에선 주거 공간을 사무실이라 하는 등 사무 공간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단체 등도 17곳 확인됐다. 서울시는 전체 단체로 범위를 확대해 조사를 진행하면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는 등록 말소 조치 등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9년 9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9년 9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ATM 전락해”…‘바로 세우기’ 후속 조처

오세훈 시장은 2021년 9월 13일 “시민 혈세로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해갔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한편 전날 발표된 정부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일제 감사 결과 최근 3년간(2020~2022년) 국고 보조금을 받은 1만 2000여개 민간단체 중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조금 비리를 단죄하고 환수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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