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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과학기술이 곧 경제요 안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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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내용과 성과를 돌아보면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과학기술의 입지가 크게 달라졌음을 새삼 느꼈다. 순방 일정 중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방문이 특히 눈에 띄었다. 미국의 명문 MIT대에서 디지털바이오 분야 세계 최고 석학들을 만나 디지털 바이오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도 주목할 만했다.

과기경쟁력이 국가의 창과 방패
2030년 5대 과학기술 강국 노려
우주·바이오 등 핵심 전략 필요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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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패권 시대에는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히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방패이자 창인 시대가 됐다. 동맹 70주년을 계기로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정부가 과학기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과학기술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국가안보실(NSC) 차원에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개발 대화’ 신설은 한·미 기술 동맹이 한 단계 더 격상됐음을 보여준다.

기술패권 시대에 대한민국은 방패 역할뿐 아니라 창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지난 1년간 과학기술계가 이룩한 도약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12대 국가 전략기술 육성 방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 주재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어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신산업·공급망 및 안보를 포함한 국익 관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 기술을 선정한 의미가 있었다. ‘제5차 과학기술 기본계획’ 및 ‘제1차 국가 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수립했다. 12대 전략기술 대상에 25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해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국가전략기술은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기도 하다. 각 전략 기술의 목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도전적으로 설정됐지만, 무엇보다 과학기술계가 힘을 모아 국민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특히 우주 분야는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최근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를 계기로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해 2032년에는 달 착륙선을 우리 자력으로 발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달 표면에서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8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형 ‘소형 모듈 원전’(SMR)을 개발해 표준설계인가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어 2030년대에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갖고 범부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12대 전략기술을 보면 각각의 분야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지향해야 할 임무와 기술 개발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전략적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임무 중심의 전략 로드맵을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함께 차근차근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12대 전략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신 국가는 연구개발 투자에서부터 우호적인 안보 및 외교적 환경 조성까지 과학기술 혁신과 첨단기술 기업들을 지원사격 하는 역할을 집중해야 한다. 민간이 혼자서 할 수 없고 정부의 역량이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여야가 합심해 ‘국가 전략기술 육성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은 과감한 연구개발 예산투자와 함께 핵심 인재 양성, 과학기술 국제협력 강화 등 전략기술 생태계 조성의 기반이 되는 법이다.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지속해서 발언권과 지분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국제협력과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국내 전문 인력 양성과 해외 인재 유치는 필수적이며, 우리 인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패권 시대인 지금은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선배 세대의 과학기술 발전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통해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더욱더 단단하고 강력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연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갖고 연구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관이 원팀으로 협력해 전략기술 육성에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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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