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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남녀 “기적적 새 삶 얻은 우리, 결혼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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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예비 부부 함은지씨( 왼쪽)와 최재원씨. 두 사람은 심장이식 수술로 새 삶을 얻었다. [연합뉴스]

예비 부부 함은지씨( 왼쪽)와 최재원씨. 두 사람은 심장이식 수술로 새 삶을 얻었다. [연합뉴스]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던 두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 주인공은 13살 때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함은지(28)씨와 2년 전 심비대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최재원(34)씨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들이 오는 11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5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함씨는 3살쯤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을 앓다가 초등학생이 돼서야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13살 때 또다시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소아 10만 명당 1명 정도 발생하는 희소 난치성 질환이다. 심장근육 이상으로 심실 확장과 수축 기능에 장애가 생겨 심부전과 부정맥 등을 유발한다. 심장박동을 강화하는 약물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던 그는 심장이식을 받아야 했고, 기적적으로 보름 만에 소아 뇌사자가 기증한 심장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함씨는 이미 오랜 항암 투병으로 가정 형편은 어려웠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 당시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간호사였던 임유미 단국대 간호학과 교수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 교수가 수술비 마련을 위해 뛴 덕분에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한국심장재단, 다니던 초등학교 등의 도움으로 함씨는 수술비를 마련했다. 이어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의 집도로 무사히 수술받았다.

새 삶을 얻은 함씨는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이에 환자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카페에 자주 들러 올라온 질문에 꼼꼼하게 답했다. 함씨와 예비 신랑의 인연도 이 카페에서 시작됐다. 심비대증으로 체외산소공급기와 좌심실보조장치에 의지하며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최씨는 함씨의 아낌없는 조언에 고마움을 느껴 “밥 한 끼 사겠다”고 제안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제 곧 부부가 되는 이들은 상대의 건강을 살피고 병원도 같이 다니면서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 함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환자들의 경우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올해 심장이식 17년 차가 된 제가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함씨는 2021년에 장기기증 서약에도 동참했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웠던 제가 공여자의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기적적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며 “저 또한 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간절함을 꿈과 희망으로 바꿔주고 싶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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