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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죽을 권리…'현대판 고려장' 줄일 의대 교수의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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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가 지난 3월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가정호스피스 의료진의 진찰을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말기암 환자가 지난 3월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가정호스피스 의료진의 진찰을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초고령 사회에 맞춰 전국 시·군·구에 인구 6만명당 1개의 재택의료기관을 설립해 노인 주치의 역할을 맡기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토론회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김상희·인재근 의원이 주최했다.

김 교수는 노인 돌봄 정책의 실패로 인해 '간병 살인'이 벌어지고, 노인이 요양병원에 원하지 않게 입원하는 '현대판 고려장'이 생기고, 노인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입원(입소), 재가돌봄, 재가 간호와 재활, 방문진료, 생활지원서비스 등의 노인 돌봄서비스가 서로 따로 놀고, 장기요양보험의 재가서비스가 부족해 요양원 같은 시설 위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국은 병원 사망률이 줄고 가정 사망률이 올라가는데, 한국은 반대로 병원 사망률(2022년 74.8%)이 올라가고 있어 집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장기요양 대상 노인이 방문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모든 시·군·구에 인구 6만명당 1개의 재택의료기관과 인구 1만명당 1개의 통합재가기관을 지정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재택의료센터는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재활 등의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사 2명, 간호사 8명, 재활인력 2명, 사회복지사 1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장기요양보험 노인의 주치의 역할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통합재가센터는 장기요양보험 등급 인정자에게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및 방문간호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재택의료센터와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유지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노인 1인당 연간 60만원(5회) 방문진료비를 쓴다고 가정하고 87개 센터를 둔다면 313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가정 호스피스 대상자를 말기 암에서 다른 질환으로 확대하고, 가정임종급여를 신설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생애말기에 24시간 간병비를 지급하되 월 300만원(최대 2개월)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또 재택의료센터를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지정하자고 한다.

65세 이상 임종 대상자 20만명 중 가정 내 임종 비율을50%(지금은 약 1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연평균 5만명에게 600만원이 들 경우 연 1조5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돌봄의 총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를 위해 시군구에 지역돌봄본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간병인을 교육해 요양보호사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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