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에 ‘미래성장 태스크포스(TF)’라는 쌍둥이 조직을 만들었다. 롯데 측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한·일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7) 롯데케미칼 상무의 승계 준비를 맡는 조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올해 초 이훈기 ESG경영혁신실장(사장) 산하에 미래성장 TF 조직을 출범시켰다. 수석(부장)급 팀장을 포함해 모두 4명으로 구성됐다. 일어·영어에 능통하고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에서 기획통으로 불리던 이들이 배치됐다고 한다. 일본 롯데홀딩스에도 한국과 같은 TF를 마련해 협업을 위해 수시로 소통하게 했다.
이 TF가 오너가 3세 승계 작업까지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상무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선 기획 담당 업무를 맡고 있으며, 한국 롯데케미칼에서는 상무로 일하고 있다.
이에 롯데 관계자는 “너무 앞서 나간 해석”이라며 부인했다. 신 상무가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승계를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최근 다마쓰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일 통합 경영 중요성을 강조한 맥락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상무는 지난해 말 승진 이래 신 회장 주요 일정에 동행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 롯데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상징적 계열사인 호텔롯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도 모습을 보였다.
신 상무는 1986년생으로, 이르면 내년 귀화해 롯데그룹의 3세 경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병역법에 따르면 입영 의무 면제 연령은 만 38세여서다. 지분 확보 등 승계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신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의 일부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 지분 10주씩을 일본인 신임 대표와 준법 담당 임원에게 넘겼다. 공시에 따르면 19개 일본 롯데 회사가 13개 한국 롯데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회사 19개 중 14개 회사에선 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