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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가면 쓰고 '화형식' 퍼포먼스…규제 완화에 환경단체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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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이에 앞서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정부의 환경 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정상원 인턴기자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이에 앞서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정부의 환경 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정상원 인턴기자

5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앞, 윤석열 대통령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가면을 쓴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신공항건설', '녹조라떼'라고 쓴 팻말을 들자 다른 회원들이 불꽃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정부 환경 정책을 '화형식'에 처한다는 의미다.

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한국환경회의 윤석열 정부의 생태학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한국환경회의 윤석열 정부의 생태학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5일은 제28회 세계 환경의 날이다. 환경부가 고려대에서 환경의 날 기념식을 열자, 한국환경회의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환경부는 국토를 난개발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부처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환경부 해체” 구호를 외쳤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은 “탄소중립을 하겠다면서 오직 내세우는 건 핵발전뿐”이라고 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의 각종 환경 정책 퇴행은 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진 장관은 환경의 날 기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4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과학적, 합리적으로 확정됐다”며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 규제 완화 결정을 지지했다. 또 탈(脫) 플라스틱 정책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과 기술 개발을 전폭 지원하겠다”며 “이를 위해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구조 고려해 기술 개발로 기후변화 대응”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5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28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5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28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간 환경 정책 기조는 뚜렷하다. 과학 기술로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녹색 기술 분야를 향후 국가 수출의 한 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 국토 개발보다 보존에 방점을 둔 것과 달리 녹색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현 정부는 “기존의 경제 구조를 갑자기 훼손할 수는 없다”며 이전 정부와 다른 방향성을 시사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 60% 이상이 산림인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제조업 수출 중심인 경제 산업 구조를 무시하며 환경 정책을 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 중국, 중동처럼 넓은 땅에 대규모 태양광, 풍력 발전을 한다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환경부는 기업의 녹색 산업 개발과 수출 지원에 부처의 역량을 쏟고 있다.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산업부”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한 장관은 “녹색 기업 수출을 돕는 1호 영업사원이 되겠다”고 말한다. 환경부는 탄소 포집 저장 기술(CCUS), 폐플라스틱 자원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초순수 국산화 등 녹색 산업 기술 개발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정부 임기 안에 100조원 규모의 녹색 산업 수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생산 줄이려는 의지 안 보여”

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에 투명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캔 등 재활용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고 혼합배출 돼 있다. 사진 뉴스1

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에 투명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캔 등 재활용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고 혼합배출 돼 있다. 사진 뉴스1

환경단체들은 “환경 정책이 퇴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가 41년간 난제였던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사실상 승인(조건부 협의)한 데 이어 흑산도 공항 부지를 국립공원 부지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반발이 더 커졌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각종 개발 사업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환경의 날을 기념할만한 상황인가”라고 외쳤다.

플라스틱 규제를 위한 국제 공통 규약을 제정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2)에서도 한국 정부 대표단은 플라스틱 재활용, 바이오 플라스틱 등 기술 지원에 무게를 싣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한 장관이 기념사에서 “규제 혁신”을 강조한 것도 폐플라스틱 처리 기술 개발을 위한 석유화학 분야 규제 완화 움직임과 닿아 있다. 그린피스는 성명서를 내고 “플라스틱 생산량을 감축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주최 공청회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김상협 위원장 발언 중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정은혜 기자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주최 공청회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김상협 위원장 발언 중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정은혜 기자

앞서 지난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한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산업계 배출 목표치를 이전 정부 안보다 3.1%P 낮춘 것도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탄녹위는 CCUS, 혼소 기술, 해외 감축 계획 등에서 목표치를 상향해 산업계 배출량을 만회하겠다고 했지만, 청년 기후단체 회원들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효과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기술에 청년들의 미래를 담보로 걸었다”고 반발했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공동 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은 “우리 상황에서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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