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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반격' 시작됐다…동남부 전선 5곳 대규모 공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겨울부터 반년 넘게 준비한 대반격 수순에 돌입한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반격 작전을 예고한 지 하루 만인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 전선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반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5일 "우린 그런(우크라이나 대공세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종류의 가짜에 대해서도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CNN에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관련 "매우 잘 준비돼 있지만,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러 "우크라, 동남부서 대공세 시작"

우크라이나 군 차량이 4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되자 방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미국전쟁연구소는 이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정찰작전을 시행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 차량이 4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되자 방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미국전쟁연구소는 이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정찰작전을 시행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5일 성명을 통해 전날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2개 전차 대대와 6개 기계화 대대를 동원해 공격을 펼쳤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자포리자주(州)의 동부 지역과 도네츠크주의 서부 지역이 접하는 경계선 마을인 노보다리우카와 네스쿠네 방향으로 5개 구역에서 대규모 공세가 펼쳐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11월 남부 점령지 헤르손 지역 일부를 수복한 후, 양측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전황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병사 약 250명을 사살하고 전차 16대와 보병전투차 3대, 장갑차 21대를 파괴해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러시아 국방부가 제공한 영상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드넓은 평야에서 전차나 장갑차 등으로 보이는 차량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거나 폭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공세가 시작됐을 때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해당 방면 전방지휘소 중 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이 같은 사실도 공세 방어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공세가 우크라이나가 예고했던 대반격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에 어떤 논평도 하지 않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이날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대반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당국 일일 보고서에도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전선의 전투 상황만 알렸다.

육로 끊어 크림반도 고립 목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미국전쟁연구소(ISW)는 5일 러시아 국방부가 주장한대로 자포리자주와 도네츠크주 경계 쪽에서 가장 큰 전투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곳은 군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개시 지역으로 예상했던 자포리자로, 대반격의 가장 큰 목적에 해당하는 ‘육교(land bridge) 끊기’ 전략과 관계된다.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점령지의 한가운데인 자포리자 지역을 장악한다면 점령지를 양쪽으로 반으로 쪼개 보급을 차단하고,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 등 주요 인프라 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차지하면서 러시아 본토~우크라이나 동남부~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로 회랑을 구축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끊으면 지난해 점령된 자포리자·헤르손 지역을 수복하고,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고립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5일 바흐무트의 일부 지역을 우크라이나에 내줬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북쪽에 있는 베르크히우카 정착지의 일부를 재탈환했다"며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바흐무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0개월 넘게 소모전을 벌인 곳으로 앞서 프리고진은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3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모습. 단일 원전으로 유럽 최대 규모 원전이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지난해 3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모습. 단일 원전으로 유럽 최대 규모 원전이다. AP=연합뉴스

아직 대공세 아닌 몸풀기 작전


다만 우크라이나 측 대반격의 시작이라기보단 본격 공세에 앞선 ‘몸풀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측 발표대로 8개 대대가 공격했다면 병력은 약 1만~1만5000명 수준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본격 공세로 보기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8개 대대로 여러 구역에서 공격한 것으로 보아 러시아군의 대비 태세를 확인하고 전세 전환을 위한 소규모 작전으로 볼 수 있다”면서 “본격적인 반격을 하기 전에 몸 푸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 4일 소셜미디어(SNS)에 발표한 영상에서 자국 군인들이 검지로 '쉿'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반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작전상 정보와 관련해 침묵을 지켜달라는 의미다.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SNS 캡처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 4일 소셜미디어(SNS)에 발표한 영상에서 자국 군인들이 검지로 '쉿'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반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작전상 정보와 관련해 침묵을 지켜달라는 의미다.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SNS 캡처


우크라이나군은 대공세 준비작업 중 하나로 남부와 동부 후방 지역까지 동시다발로 공격하면서 러시아군의 병력 집중을 막고 있다. 지난 3~4일에 자포리자주의 주요 도시 멜리토폴 인근에 미사일을 날리고, 크림반도 북부 지역에 드론(무인기) 수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군은 수개월 전부터 크림반도의 교통 요충지와 탄약고 등을 공격하며 보급 차단에 집중했다.

5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가 또다시 드론 공격을 받아 에너지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다. 벨고로드는 러시아군의 병참 거점으로 활용된 곳으로 최근 공격 받는 빈도가 잦아졌다. 러시아 반체제 단체인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군단(RVC) 등도 지난달 말부터 벨고로드주에서 공격하며 우크라이나 반격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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