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은밀한 러 흔들기…"러 공격할 러시아인 모집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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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대반격 수순에 돌입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다른 한편으론 러시아 내 혼란을 노린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을 본격화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반(反)러시아 무장세력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을 생포하는 한편, 대러시아 공격에 가담할 러시아인을 모집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벨고로드 등 러시아 본토 접경지 곳곳에 가해진 포격 공격의 주체를 자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처럼 러시아 내 혼란을 야기하는 전술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공격 주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불투명한 회색 지대에서 비군사적 수단까지 총동원하는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이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대에 모인 러시아의용군단(RVC)과 러시아자유군단(FRL). EPA=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대에 모인 러시아의용군단(RVC)과 러시아자유군단(FRL). EPA=연합뉴스

러시아 흔들기..."러시아인이 러시아 공격"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4일 러시아의용군단(RVC)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벨고로드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군인 여러 명을 포로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RVC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러시아 민병대로 알려졌다.

이날 이들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엔 12명가량의 러시아 군인이 포로로 잡혀 있는 모습이 나온다. RVC의 한 대원은 "이들은 포로 교환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인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용군단(RVC)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용군단(RVC)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역시 반푸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민병대 러시아자유군단(FRL)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안에서 드론 공격에 나설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 이는 실제 공격 실행 여부를 떠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해 내부 투쟁을 벌이는 러시아인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주 모스크바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리기도 했는데, 이 역시 러시아인들에게 '러시아 정권을 향한 공격에 러시아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CNN은 이 작전의 핵심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러시아인이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반러시아 민병대와 은밀하게 협력해 러시아 흔들기에 나섰다고 짚었다.

우크라 연관성 부인...WP "나토 지원 무기 사용" 

앞서 RVC와 FRL은 지난달 22~23일 장갑차와 군용차량으로 무장한 채 벨고로드주에 침투해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 30일엔 모스크바가 동시 다발적으로 무인기 공격을 받아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일 밤 크렘린궁에 무인기 두 대가 날아들었으나 방공망에 격추되는 일도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과 자국의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RVC와 FRL의 벨고로드주 공격에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가 쓰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고로드주 공격에 활용된 지뢰방호장갑차(MRAP·엠랩)는 미국과 폴란드가 각각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이다. 이들의 작전 사진엔 벨기에와 체코에서 온 소총 여러 정도 식별됐다고 WP는 덧붙였다.

두 민병대가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크렘린궁을 겨냥한 드론 공격에 대해선 미 정보 당국이 이를 우크라이나군의 특수작전으로 파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자유군단(FRL)이 벨고로드 지역 근처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공개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자유군단(FRL)이 벨고로드 지역 근처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공개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효과 달성"...러시아도 크림반도 병합 당시 이 전술 

CNN은 이런 상황과 관련 "러시아를 불안에 떨게 하는 효과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반러시아 민병대가 벨고로드를 공격했을 당시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하고, 러시아 방송이 본토가 공격받은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러시아 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바 있다. 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정면 비판하는 등 러시아 내부의 균열도 외부로 노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전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등장했다.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반군으로 위장한 병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내부 혼란을 일으키는 전술을 폈다.

녹색 군복에 부대 마크 등을 달지 않은 의문의 부대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an)'이 크림반도에 조직적인 공격을 가했는데, 당시 러시아 정부는 이들을 두고 '러시아 합류를 원하는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이 러시아군 병력이란 사실이 드러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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